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젖병을 들고

등록 2019-07-27 16:56 수정 2020-05-03 04:29
이미지 제공

이미지 제공

오후 2시. 이미지(34)씨는 기자의 전화를 받기 전 미역국에 밥을 말아 “호로록 마시듯이” 먹었다. 한 달 전에 태어난 둘째 딸이 잠깐 낮잠 자는 틈이었다. 혹여나 아기가 깰까, 인터뷰는 조용히 진행됐다. 이씨는 출산휴가 중이다.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피곤하겠다.

아기가 새벽에 꽤 자는 편이라 덕분에 좀 잔다. 첫째와 둘째를 함께 봐야 해서 육아서를 보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지치는 건 마찬가지다. 육아는 현실이더라.

아이 둘을 키우려면 쉽지 않겠다.

엄마가 짊어져야 할 몫이 너무 크다. ‘아기는 절로 큰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엄마 되는 법은 어디서도 안 알려준다. 엄마가 되니 노키즈존 기사도 눈여겨보게 되더라.

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대학생 때부터 봤다. 정기구독은 2016년 첫째를 낳고부터다. 세상과 동떨어졌다는 생각에 정기구독을 시작했다. 과 함께 자란 3살 첫째 딸은 우편함에 이 꽂혀 있으면 “한겨레 왔다”며 읽으라고 갖다 준다.

육아를 하니 보육정책에도 관심이 많겠다.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울 수 없다. 젊은 여성은 스스로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시어머니나 친정엄마 같은 또 다른 여성에게 육아를 부탁하는 게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양성평등을 실현한다고 상까지 받은 내가 다니는 회사도 남성 육아 휴직자는 아직 없다. 사회 공동체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출산 장려책이랍시고 금액 지원을 할 게 아니다.

남편은 육아에 잘 참여하나.

첫째를 낳았을 때 남편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총 9개월 동안 회사를 쉬며 함께 육아했다. 지금도 육아는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내게 지난호에 실린 ‘이서희의 오픈하우스’ 내용(제1272호 ‘아이야, 나도 자라고 있단다’)을 말해주더라.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딸아이를 키우면서 걱정도 있나.

나도 대학 시절 자취할 때 ‘누가 집에 들어오면 어떡하지’ ‘성추행당하면 어떡하지’ 같은 ‘어떡하지’라는 물음을 달고 살았는데, 세상이 워낙 험하니까 차라리 아들이었으면 싶을 때도 있다.

얘기하던 중 이씨가 “아이가 깼다”고 말했다. 잠든 지 30분 만이었다. 통화를 마치고 아기를 다시 재운 이씨가 문자를 보내왔다. “안아주니 또 금방 잠들었어요. 먹고 자고 울고를 매일 반복한답니다. 저는 제 딸들과 저, 저의 엄마, 할머니들이 더 평화롭게 일상을 즐기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그래서 을 더 응원해요.” 사진은 “설정샷”이라며 이씨가 보낸 과 젖병, 그리고 모유 촉진 차. “산모들이 출산 후 가장 어려워하는 게 모유 수유예요. ㅠㅠ”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