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제1247호) 표지이야기로 다뤘던 ‘진각 프린스에게 성추행당했다’ 기사는 파급력이 꽤 있었습니다. 언론사 수십 곳에서 기사를 받았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불교 진각종’이 올랐습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사회복지사들의 성명서도 나왔습니다.
그러던 중 진각종 교도 한 분으로부터 ‘기자님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라는 전자우편을 받았습니다. 피고소인(김씨)을 공격하기 위한 거짓 미투일 수도 있는데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보아온 미투와 너무 다르게 악의가 느껴지는 기사였습니다.” “녹음파일, 동영상 하나도 없는 3~4년 전 그 고소인들의 기억만으로 미투를 활용한 건 아닐까 의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권력형 성범죄는 일반 범죄에 비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피해 상황이 담긴 녹음파일이나 영상을 증거로 제출한 경우가 얼마나 있던가요. 그런 증거가 있어야만 미투를 할 수 있다면, 미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번 사건이 거짓이라고 한번 가정해봅시다. 직원 8명(목격자 등 포함)이 짜고서 최고 권력자의 아들을 성추행으로 검찰에 고소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하고 언론에 제보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이들이 얻는 게 뭘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잃을 가능성이 커진 것은 명확합니다. 일자리입니다. 또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온갖 불합리한 시선을 잘 알고 계시지 않나요.
반면 진실이라 가정하면 앞뒤가 들어맞는 게 많습니다. 평상시 피고소인과 그의 아버지가 누렸던 직장 내 권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부당 행위, 성추행 직후 고소인이 주변 동료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고소 몇 달 전 진각복지재단 상임이사에게 보낸 전자우편, 아무 조처도 없었을 때 고소인들이 느꼈을 좌절….
물론 저도 결론을 단정 짓지 않았습니다. 다만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권력 차이를 봤을 때, 기사를 쓰지 않을 경우 수사가 잘될까 의심은 들었습니다. 고소인과 동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게 바란 건 딱 하나였습니다.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게 해달라.”
‘무죄 추정의 원칙’이 소중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이번 보도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웠고 신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분이나 그 관계자들의 해명도 선입견 없이 충분히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짜 미투’ 또는 과장된 주장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문의자분의 우려도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불확실성이 큰 미투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권력형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들이 패가망신한다면, 성폭력 피해자가 2차 가해 걱정 없이 바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면, 아예 미투를 할 이유조차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그렇게 되겠지요? 다만 그때까지는 이 폭풍을 거쳐야만 할 것 같습니다. 얼른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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