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21토크

등록 2018-11-06 19:31 수정 2020-05-03 04:29

이튼스쿨과 강남 8학군

종합부동산세 표지를 준비하면서 영국 사례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영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1%로 한국(0.8%)의 4배에 이른다. 미국(2.5%)보다도 높다. 미국은 10억원짜리 집에 연간 1250만원의 보유세를 내기 때문에, 영국에 거는 기대(?)가 컸다. 영국 교민의 한마디가 그런 나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영국은 보유세를 세입자가 내요.” 네? 뭐라고요?

영국의 보유세는 ‘카운슬 택스’(council tax)라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재산세(property tax)와는 개념부터 다르다. 그 지역에 살면서 받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집을 산(buy) 사람보다 그 집에 사는(live) 사람이 세금을 내는 게 자연스럽다.

영국에서 주택은 사고파는 상품이 될 수 ‘없다’. 영국 국민이 우리보다 물욕(?)이 없어서가 아니다. 재건축과 재개발로 새 아파트가 수시로 공급되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는 ‘상품가치’가 있는 신축 주택이 드물다. 러시아 거부나 중국 부호들이 타깃으로 삼는 것은 ‘대저택’이다.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 빈집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으로 ‘빈집세’가 나온다. 신축되는 것은 주로 비주거용, 즉 산업용 또는 상업용 건물인데, 영국은 이것에 주택에 견줄 수 없는 높은 세율의 세금(NDR·비주거용 레이트)을 국세로 걷는다. 이 비중이 카운슬 택스에 맞먹는다. 세계 어느 나라나 부동산이 자산가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 부동산을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 즉 세금을 올린다. 노무현이라서, 문재인이라서, 진보 정부라서 세금을 올리는 게 아니란 말이다.

광고

우리나라 종부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욕을 먹었다. 그런데 한국의 ‘강남’ 같은 사례도 드물다. 강남 8학군은 박정희 정부의 명문고 강제 이전으로 이루어졌다. 영국 정부는 런던 개발을 위해 이튼스쿨을 강제 이전시키지 않았다. 현대의 도시계획이 있기 전부터 존재한 근대의 도시들과 1970년대 이후 국가가 엄청난 자원을 들여 만든 서울은 다르다. 집값 상승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개발 사업에 대한 사회적 결과물에 가깝다. 그런데 그 이익을 집주인 또는 투기꾼들이 개인적으로 전유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2009년까지 종부세 대상 주택의 실효세율을 실거래가의 1%로 올리는 게 목표였다. 실거래가가 28억원에 달하는 ‘반포 아리팍’은 연간 보유세가 2800만원이 된다. 목표대로 됐다면 과연 ‘똘똘한 한 채’라는 투기 수요가 생겼을까.

한국에 종부세라는 특수한 세금이 생긴 사정을 독자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거래세는 왜 못 내리냐, 공급이 진짜 부족해서 집값이 올라가는 거 아니냐 등등 독자편집위원회3.0 독자들의 질문에 답도 못했다. 기사를 쓴 뒤 숙제가 느는 기사가 있다. 종부세 기사가 그렇다. ㅠㅠ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뉴스룸에서
장수경 제공

장수경 제공

광고

한겨레 가을 인사 이동이 있었습니다. 김연기 편집팀장이 을 떠났고, 신문에서 구둘래 기자와 장수경 기자가 왔습니다. 편집팀장 구둘래 기자는 회사 사정으로 11월 말부터 출근합니다. 사회팀 장수경 기자가 독자들에게 인사드립니다.

“2008년에 입사했습니다. 8년 동안 취재기자들이 쓴 글을 만지고 제목을 달고 포장하는 일을 했습니다. 기자 경력은 10년인데 현장에선 2년짜리 초짜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궁금해서 현장에 나왔는데 실상은 orz(사람이 엎드려 좌절하는 모습) 하는 중입니다. (사진은 제가 ‘노동 orz’기획을 위해 연습하던 오토바이 입니다.) 불공정한 사회구조에서 차별을 겪는 사람들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성별에 따른 차별, 저소득층이 겪는 차별이 주된 관심사입니다. 에 오려고 삼수 정도 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