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계속된다
“(박근혜를 위한) 계엄은 실화다.”
제1225호의 한 줄 문장이 가슴팍에 가시처럼 박혀서 빠지지 않는 한 주였다. 기획연재 ‘#난민과함께’를 통해 들었던 국가폭력의 서사가 언제라도 우리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1번째 계엄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감시해야 할까?’ 기사는 여러 가지 물음에 친절하게 답했지만 여전히 독자들은 목이 말랐다. 사안 자체가 워낙 엄중하기 때문이다.
무려 3주를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넣어 ‘계엄’ 두 글자를 집요하게 파고든 하어영 기자를 소환했다.
기무사 계엄 문건이 폭로된 7월 초, 계엄 문건을 가감 없이 그대로 지면에 싣자는 생각을 했다. 깐깐한 류이근 편집장은 이미 보도된 내용 말고 새로운 내용을 요구했다. 관련 제보가 들어온 게 있어, 확인에 들어갔지만 답을 찾지 못했고 장기 표류했다. 그때 마침 에 기고하는 김득중 성균관대 강사와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가 계엄과 관련된 본질적인 논의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취재된 내용과 두 학자의 아이디어가 만나 이뤄진 기사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획은 두 학자의 것이다.
이번 기획의 취지를 듣고 한 여권 인사가 속 깊은 얘기를 꺼냈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합동참모본부에 계엄을 제안했다는 내용이었다. 초기 계엄 기획을 한 조직이 기무사인지, 합참인지가 핵심이 아니라고 했다. 계엄은 기무사를 넘어 제도 자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계엄의 지침서인 합참의 을 분석했다. 언론에 공개된 자료지만 책자를 국방부 밖으로 유출하지 못하는 ‘반’공개 상태였다. 어느 언론도 합참 을 분석할 생각은 못한 듯했다.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 삶의 민주주의 토대가 의외로 굳건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사를 쓰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토대라는 것은 허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했던 것이 적폐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한순간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지치지 않고 청산하는 일이다(우리는 그 작업을 멈추지 않도록 감시하고 보도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반드시 되풀이된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기사를 쓰고 나서는 계엄처럼 지나쳤던 것이 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
계엄이 헌법에 있는 한 언제든 쿠데타와 함께 실행될 수 있다. 기무사 개혁의 기회를 놓친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 기회에 사령부를 폐지하고 아예 합참의 본부급 부서로 격하시켰어야 했다. 정권이 바뀌면 방첩과 동향 보고를 기반으로 한 군 정보기관의 힘이 되살아날 수 있다.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원래 국방부가 그렇다). 다만 5·18 발포 문건, 5·16과 유신 등에 대한 역사 왜곡 등은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는 얘기는 전해 들었다.
계. 계속
엄. 엄한(‘엉뚱한’의 경상도 사투리) 짓 할래?
아직 취재할 내용이 남아 있다. 잘 마무리해서 후속 보도를 이어가겠다.
1225호를 읽고
기획/김기춘 조기 석방의 불편한 진실 ▶바로가기
“판사들의 반헌법적 반공화국적 사상의 우경화는 범죄의 지경에 이르렀다.” -강정*
표지/계엄은 실화다▶바로가기
“무슨 좀비 바이러스라도 전국에 퍼져서 헬게이트가 되지 않는 한 ‘좋은’ 계엄이란 없죠.” -이경*
“이제 군인들이 함부로 계엄령을 선포해 정치에 관여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죠. 5·18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군인의 임무는 국가와 국민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겁니다. 그 총이 국민을 향해서는 안 되죠.” -산울*
표지/일본 천황제에 뿌리 둔 한국적 계엄의 탄생 ▶바로가기
“일군 출신들이 배운 게 그거니까… 그 DNA를 못 지우나?” -Kye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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