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8일 한 독자분께서 신문사로 작은 상자 하나를 보내주셨습니다. 상자를 뜯어보니 과월호 과 이 한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일부 잡지는 뜯지도 않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왈칵 감정이 북받쳤습니다. 상자엔 편지도 한 통 들어 있었습니다.
“너희는 국민을, 독자를 개돼지로 취급하는 쓰.레.기다!”
택배 용지에 적힌 독자님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집에 쌓인 잡지 더미를 상자에 넣어, 투명 테이프로 단단히 포장한 뒤 우체국으로 들고 가 몇만원을 내고 어디엔가 부치는 행위는 수십 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이고 포개진 ‘애증’ 없이는 불가능한 행동입니다. 그 세월의 두께가 무섭고, 분노의 깊이가 아득해 전 그냥 망연자실했습니다.
그 독자님께 “우편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진 뒤 독자님께선 “전화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심한 싸움 뒤 얼굴을 마주한 이혼 직전 위기의 부부처럼, 우린 서로가 황망해 말을 잘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대체 요즘 왜 그러냐. 내가 다 겁이 난다.”
5월19일 아침엔 광주에 계신 다른 독자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은퇴 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독자님께선 “요새 돌아가는 얘길 듣다보니 이러다 가 망하는 게 아닌가 겁나 전화를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때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 독자님은 중·고등학생 논술에 도움이 된다며 학부모님들을 설득해 1년에 100부 넘게 구독을 권유하신 열혈 독자님이셨습니다. 다른 독자님께선 제가 얼마 전에 쓴 ‘만리재에서’의 작은 팩트 오류를 지적해주시며 “그게 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어서 빨리 수정하라”고 연락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다룬 제1162호 표지 사진과 전임 편집장의 ‘페북 사건’으로 지난 한 주 내내 독자님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지난호 표지 사진은 제가 고른 것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외교적인 곤경 속에 대통령직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의 깊은 고뇌와 이에 굴하지 않을 그의 강한 의지를 봤습니다. 그런 메시지를 담아 표지 사진을 골랐는데, 이런 논란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또 ‘페북 사건’은 뭐라 설명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희의 잘못입니다. 구차한 변명을 앞세우기보다 여러 비판을 달게 받고,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차분히 생각해보려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신문을 보고 잡지를 구독한다는 것은, 설렁탕을 먹거나 의자를 구입하거나 음료수를 마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위입니다. 저희에게 상자를 보내신 독자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와 의 구독을 권유해왔다. 이제 너무 창피해 모임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제가 다시 한번 망연자실했습니다.
은 다시 한번 여러분의 ‘벅찬 자랑’이고 싶습니다. 가슴 떨리는 감동의 시간들은 지났고, 미디어 환경은 악화되고 있으며, 저희는 중간에 길을 잃었습니다. 다시 한번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겸손한 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립니다. 독자님들은 여전히 저희의 벅찬 자랑입니다.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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