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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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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찬란’

등록 2017-05-09 18:14 수정 2020-05-03 04:28

잡지는 피곤합니다.

제1161호는 5월9일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인 5월8일 가판대에 깔립니다. 잡지는 아마 선거가 끝난 5월10일 이후 배달될 것입니다. 독자님은 누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됐는지 알고 계시지만, 저는 어린이날 아침 사무실에 나와 이 글을 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호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의 ‘연애편지’입니다.

이번호에선 두 개의 대담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는 새 대통령을 위한 ‘전문가 대담’입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신진욱 중앙대 교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에게 새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이들은 “집권 초기, 특히 처음 100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신진욱 교수의 지적입니다. 그는 “촛불 민심과 탄핵 민심을 혼동하지 않고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탄핵 민심’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함께 저지른 헌법 유린을 용납할 수 없어 탄핵에 찬성한 80%의 민심입니다. 탄핵 민심은 한국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균열을 가로질러 있습니다. 탄핵 민심은 곧 대한민국입니다.

그러나 ‘촛불 민심’은 다릅니다. 촛불 민심은 거칠게 말해 진보입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촛불 민심은 문재인·심상정 지지율의 합계 50%로 나타납니다. 그렇기에 새 대통령은 집권 초기 “탄핵 민심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핵심 지지층인 촛불 민심이 여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정치적 자본을 튼튼하게 구축”해야 합니다. 아마 쉽지 않은 과제일 겁니다.

또 하나는 386세대의 맏형인 ‘80학번’ 대담입니다. 김현대 선임기자는 2009년부터 대학 동기들이 만든 산행 모임 ‘정담80’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50대 후반이 된 김 선임기자 또래는 박정희 대통령의 쿠데타와 함께 태어나 가장 민감한 청소년기를 군사정권의 폭압 아래 지냈습니다. 대학에 입학해 1980년 ‘5월의 봄’과 ‘광주의 학살’을 목격했고, 전두환 정권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밥 세끼를 꼬박꼬박 먹기 시작한 세대”였으며 “대학을 졸업해서는 1980년대 중·후반 ‘3저 호황’의 폭발적인 혜택”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선배들은 자신들이 ‘복 받은’ 세대였다고 말합니다.

“세상 물정 다 겪어본 우리 같은 사람이 작든 크든 통합의 효소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사회를 개선하는 일에 작은 헌신이라도 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김상현) 1990년대 중반 학번으로 한때 ‘X세대’라 불렸던 저는 선배들의 이런 다짐에 맹렬한 박수를 보낼 따름입니다.

대선이 끝나고 다시 한 달 있으면 6월항쟁 30주년이 됩니다. 6월항쟁은 우리에게 벅찬 승리였고, 시린 상처이기도 했습니다. 항쟁 이후 양김은 분열했고, 3당 합당으로 민주화세력은 둘로 쪼개졌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여러 선의와 노력에도 ‘이명박근혜’ 정권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린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해 여름은 찬란했던가.’ 10년 전 이 보도한 6월항쟁 20주년 특집 기사에서 서른한 살의 젊은 기자 길윤형이 묻고 있습니다. 촛불이 수놓은 지난겨울은 찬란했나요? 이제 우리 모두가 답할 차례입니다.

길윤형 편집장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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