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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의 7시간, 12월19일의 3시간

등록 2015-01-06 17:28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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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평등하다, 누구에게나. 하지만 똑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 무게는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모두의 눈앞에서 바닷속으로 가라앉던 날도 그랬을 게다. 어쩌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마지막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많은 이들에게도, 그리고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을 최고권력자에게도 7시간은 ‘평등하게’ 주어졌다.
2014년 12월19일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이날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날이다. 헌재 스스로 자신의 존재 기반을 무너뜨리며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데 대해 누군가는 분노와 울분으로 거리에 나섰을 시각, 청와대에선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모인 화기애애한 만찬이 열렸다. 평등하되,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3시간의 운명이었다.
4월16일의 7시간과 12월19일의 3시간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비밀’과 ‘감춤’이다. 7시간의 비밀이 아직껏 지켜지고 있는 반면, 3시간의 비밀은 열흘 만에 그 꺼풀이 벗겨졌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통령 스스로 보안을 무척 강조했다고 알려진 그날 모임의 실체는, 당일 행사에 참석했던 인물들에 의해 깨진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3시간 비밀 만찬 사실이 알려진 뒤 새누리당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 양상은 새해 벽두부터 2015년 한 해 국정 전반의 흐름을 미리 짐작게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난해 정권이 무리하게 ‘종북몰이’에 집착한 배경에는, 집권 2년차가 되어서도 이렇다 할 국정 성과를 내놓지 못한 데 따른 보상심리적 행동이라는 성격도 짙다. 경제와 외교, 남북관계 등에서 점수를 따지 못한 정권의 입장에서 자기편과 상대방을 가르는 데 종북몰이만큼 익숙하고 편리한 카드가 없었던 까닭이다. 거부하기 힘든 치명적 유혹이다. 정작 ‘종북콘서트’의 주인공은 정권 자신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만찬 회동 논란에서 여실히 드러나듯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집권세력의 구심력은 추세적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친박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종박’에 가까운 세력들의 위세 역시 마찬가지다. 만일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종북’과 ‘종박’ 사이를 오가며 허둥댔던 현 정권의 국정수행 능력은 더욱 심각한 수준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시끌벅적한 세밑의 종북콘서트가 끝난 뒤의 풍경이자, 새해 아침을 깨우는 냉정한 현실이다.


제1043호 2쪽에 소개된 ‘봄’이란 제목의 시를 쓴 시인은 이성복 시인이 아니라 이성부 시인이 맞습니다. 온라인판에는 곧장 오류를 수정했으나, 제작 일정 탓에 지면은 미처 바로잡지 못한 채 인쇄에 들어갔습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에서 귀한 사진과 글을 보내주신 이창근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시인, 그리고 독자님들께 죄송합니다. 아울러 연말연시 여러 사정을 감안해 이번호는 평소보다 지면을 8쪽 줄여 발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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