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후보작 어떻게 뽑나요. 사진 연합
→ 일단 영화제의 심사작은 만든 사람이 먼저 출품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영화제에서 먼저 출품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칸영화제에서 먼저 출품을 요청하기도 했지요. 한 해의 한국 영화를 결산하는 대종상영화제 같은 경우도 그해의 주요작 중에 출품되지 않은 영화는 제작사에 출품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후보작에 오르려면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출품 자체는 자유인데요.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닌데, 아직도 칸영화제 ‘출품작’이라고 홍보하는 한국 영화가 있다는 지탄의 소리도 들립니다.
영화제의 성격에 따라 중복 수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출세작 은 1994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도 받았습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던 코언 형제의 도 앞서 2007년 칸영화제 본선에 올랐지요. 이렇게 중복 수상이 가능한 이유는 아카데미 작품상이 미국 국내 영화제 성격이 강한 데 견줘, 칸영화제는 국제 영화제로서 위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개봉관을 잡기 어려운 독립영화의 경우에는 해외 영화제 수상 경력이 개봉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단 개봉 이전에 해외 영화제를 많이 돌아다니는 영화도 있습니다. 예컨대 양익준 감독의 는 개봉 당시에 영화제 수상 경력이 ‘줄줄이’ 달려 있었습니다. 2009 이천 춘사대상영화제 심사위원상은 물론 판타지아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 등 정말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는데요. 이는 상을 받은 영화제의 성격이 서로 달라 중복 수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베를린·베니스영화제에서는 같은 작품이 중복해 본선 후보에 오르는 경우가 없습니다.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정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세계 3대 영화제는 명장들의 영화를 미리 후보작으로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영화제마다 ‘관리’하는 감독들이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국 감독의 경우에도 홍상수·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칸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면,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베를린영화제와 친한 편이지요. 이것도 물론 영화제가 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많은 작은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은 상영작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돌아다니면서 좋은 작품을 고르는 발품을 팝니다. 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처럼 월드프리미어, 즉 전세계 최초 상영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월드프리미어 작품이 몇 개냐가 영화제의 명성을 드러내는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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