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를 ‘회사~집’ 구간만 오가는 궤도 전차 용도로 쓰는 초보 운전자지만, 저도 ‘홍은램프 어쩌고’ 이어지는 낭랑한 교통방송 리포터들의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군요.
일단 인터넷으로 ‘홍은램프’라는 단어가 들어간 뉴스부터 검색해봤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오후 6시 현재 서울 시내 간선도로는 평소 주말과 비슷한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내부순환도로는 서대문구청에서 성산 진출 램프, 홍지문터널에서 정릉터널 서쪽까지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으며, 홍제에서 홍은램프 쪽으로는 평균 13km/h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귀경길 풍경을 스케치한 의 보도 내용입니다. 일단 홍은램프 근처가 상습 정체구간 중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네요.
그런데 정말 교통방송의 리포터들은 ‘홍은램프’의 정체 상황을 자주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리포터들 자신이 가장 잘 알겠죠. 그래서 서울지방경찰청(시경) 종합교통정보센터에 나가 있는 최정은(28) 리포터를 불러봤습니다. 아니 전화를 걸었습니다. TBS 교통방송 라디오의 3년차 리포터인 최씨는 질문을 받고 “훗” 하는 짧은 웃음으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교통방송을 들을 때마다 고장난 차가 서 있다는 리포트를 할 만큼 자주는 아닌 것 같은데요. 워낙 다른 곳에서도 그런 상황이 많아서요. 그래도 홍은램프 쪽이 자주 막히긴 한 것 같네요.” 하지만 독자의 편에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는 아직 부족한 느낌이랄까요? 아쉬워하는 마음을 읽었는지, 친절한 최 리포터는 “5층 교통정보센터로 연락해보라”고 일러줬습니다.
시경 종합교통정보센터에서 6년여 동안 근무했다는 이광식 경위는 “질문이 날카롭다”며 독자분의 안목에 감탄했습니다. 홍지문터널 쪽에서 내려오다 보면, 그러니까 홍은램프를 타고 내부순환도로를 빠져나오면 오른쪽으로 길이 10~15m, 차량 한 대 너비의 ‘안전지대’가 있다는 게 이 경위의 설명입니다. 근처에서 차가 고장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이쪽 안전지대로 옮겨서 차량 견인을 준비하는 등 응급조처를 취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이 경위는 “CCTV로 서울 시내 교통 상황을 체크할 때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에 임시로 주차된 사고·고장 차량을 목격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는 “근처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홍은램프에 차량이 선 것이지, 사고지점이 꼭 홍은램프는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단 해답을 찾은 것 같네요. 그렇다면 서울 시내에서 교통방송의 1분짜리 교통정보 꼭지에 자주 등장하는 지점들은 어떤 곳일까요? 최 리포터는 자동차 전용도로들인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도로 등을 꼽았습니다. 퇴근 시간을 예로 들면 올림픽대로는 반포대교에서 영동대교까지 양 방향이, 강변북로는 동호대교를 중심으로 한강대교까지 막힌다고 합니다. 최 리포터는 하루에 5시간, 1시간에 한두 번꼴로 1분 교통정보를 방송한다고 합니다. 교통정보가 틀렸다는 청취자들의 항의가 가장 힘들답니다. 그는 “교통 흐름은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고, 사고가 나더라도 처리가 빨리 되면 원활해지는 법이니 너그럽게 이해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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