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가자! 평등으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경선 후보. 정의당 제공
2015년 대법원이 이주노조 설립을 인정했다. ‘거리의 변호사’로 활동하며 맡은 사건들 가운데 특히 보람을 느끼는 일 중 하나다. 다만 확정 판결 뒤 고용노동부의 몽니에 노동조합의 활동에서 정치운동 내용을 삭제하는 걸로 정리했는데,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원칙에 타협하면 어떤 문제로 이어지는지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기도 하다. 그때 나의 판단이 맞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꼭 20년 전인 2005년 4월 이맘때, 이주노동자 99명이 노조를 설립하고 노동부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서울지방노동청장이 신고서를 반려했다. 조합원들이 “불법체류자”일 수 있어서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당시 민주노총 법률원장이었던 내가 사건을 맡았다. 1심은 졌지만 항소심에서 완전히 결과를 뒤집었다. 서울지방노동청장이 상고를 제기해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는데 7년을 질질 끌었다. 그 사이 용기를 내어 위원장을 역임했던 노동자들은 강제 추방되거나 입국을 거부당했다.
소송 제기 10년 만인 2015년 6월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다. 마침내 한국에서 이주노조가 합법화됐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청이 뒤끝을 부렸다. 노조 규약상 설립목적에 명시된 ‘고용허가제 반대’와 ‘이주노동자 합법화 쟁취’가 노조법상 허용되지 않는 ‘정치운동’에 해당되므로 이를 보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일단 노조를 설립하자고 판단했다.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노조 합법화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로 여전히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 소식은 너무 잦아 잘 조명되지도 않는다. 법무부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가 사망하고, 붙잡혀 쫓겨난다.
아리셀 참사, 몽골이주청년 강태완, 그리고 유령처럼 죽어가는 이주노동자들을 떠올린다. 그때 내가 타협하지 말았어야 할 사항이었나 싶어 아프게 느껴진다. 반성한다. 고용허가제 반대와 이주노동자 합법화는 그들에게 생사의 문제이며 따라서 노조 설립목적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성찰하는 마음으로 이번 대선에서 ‘노동허가제’를 공약했다. 출입국관리법을 통제와 추방이 아니라 인권과 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법으로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진보정치, 평등으로 향하는 사회대전환으로 이주노동자들도 함께 살아야 한다.
권영국 ‘가자! 평등으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대선 경선 후보
제41회 사법시험 합격(1999년), 제1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원장(2002년), 론스타게이트 공동대책위원회 법률단장,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장,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법률팀장, 경북노동인권센터장,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 정의당 대표(2024년 5월~)
권영국 후보 출마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f7ZY7fQAHiw?si=UcGqGfWYWDcSepND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선거인단 참여하기 https://buly.kr/A45J2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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