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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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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치밀하지 않아서? 지귀연이 윤석열에 무기징역 선고한 이유

기소 13개월 만에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1심 선고… 국헌 문란 목적, 군대 동원한 폭동 사실 모두 인정
등록 2026-02-19 23:01 수정 2026-02-20 07:51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2025년 12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2025년 12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전 국무총리 한덕수에게 구형량(징역 15년)보다 높은 징역 23년형을 선고한 이진관 부장판사도,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에게 구형량(징역 15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형(징역 7년)을 선고해 이상민을 흐뭇하게 한 류경진 부장판사도 ‘12·3 비상계엄’을 국헌 문란 목적으로 다수인이 결합해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을 일으킨 행위, 즉 내란으로 판단했다.

‘윤석열 구속 취소’ 지귀연도 “비상계엄은 내란”

지귀연 부장판사의 결론도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내란이었다.

“피고인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을 공고해서 군을 국회,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 법원이 파악한 사실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러한 행동을 한 목적은 국회로 군대를 보내서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국회의장, 여당, 야당의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토의를 하거나 의결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 즉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서 국회가 상당 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 국헌 문란의 목적이 인정됩니다. (…) 군대를 보내서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됩니다.”

앞서 한덕수와 이상민 두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에게 유죄 판결을 한 다른 재판부가 윤석열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에 따라 군인과 경찰이 국회와 선관위 등에 투입된 일련의 행위를 내란으로 인정한 만큼, 그 우두머리인 윤석열의 내란죄 인정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2026년 2월19일 서울중앙지법 제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2025고합129) 선고공판에서 관심이 쏠린 대목은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판결할 선고 형량이었다.

조은석 특별검사(특검) 쪽은 2026년 1월13일 결심공판에서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간명하다.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무기징역과 달리 강제 노역 의무가 없음)다. 이 사건 이전에 법원이 1심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에게 마지막으로 사형을 선고한 때는 2023년 8월24일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추미애 의원실을 통해 법원행정처 제출 자료를 확인한 결과다. 2023년 2월 당시 46살이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68살 남성에게 창원지법이 사형을 선고한 사건(2023고합72)이다. 윤석열에게 사형이 선고됐다면 법원이 제1심에서 911일 만에 중범죄 피고인에게 다시 사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되는 것이었다.

“다만, 치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러나 지귀연 부장판사의 선택은 무기징역형이었다. 1996년 8월 법원이 1심 재판에서 ‘내란 수괴’(현 내란 우두머리) 전두환에게 사형을 선고한 이후 30년 만에 나온 같은 혐의 재판에서 그보다 한 단계 아래 형벌이 선고된 것이다. 2024년 12월3일을 기점으로 444일째 되는 날 윤석열의 내란 혐의 1심 판결이 선고됐다. 그가 밝힌 윤석열의 양형 사유는 다음과 같다.

범행을 직접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다수의 많은 사람을 범행에 관여시켰습니다. 비상계엄으로 인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고, 피고인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입니다.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입니다.”

윤석열은 줄곧 ‘12·3 비상계엄’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횡으로 초래된 국정 마비와 헌정 붕괴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메시지(경고성, 호소형) 계엄’이었다며 ‘다수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 정부 주요 정책 예산의 일방적 삭감과 주요 입법 반대 등으로 국가 기능의 정상적 수행이 현저히 위태로워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라고 판단해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 했던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할 뿐이지 이를 군을 국회에 보내는 등의 목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위와 같은 동기나 이유 때문에 피고인 윤석열, 피고인 김용현이 군대를 보내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국회 활동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계엄 (선포), 병력 출동 및 국회 봉쇄 시도 등의 행위에 나아간 잘못을 저지른 것은 명백하게 구분되어야 합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 핵심 가치 근본적 훼손

다만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헌법과 계엄법에서 정한 계엄 선포 요건, 즉 ‘전시·사변(무장 반란 집단의 폭동)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발생으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에서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라는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돼야 합니다. 이를 섣불리 사법 심사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계엄 선포가)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고,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사전 심의와 같은) 절차적 요건을 따지는 것도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를 어기는 것을 문제로 삼을 수 있는지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계엄 선포 요건이 아니라 비상계엄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 행사를 목적으로, 즉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행정·사법의 본질적인 기능을 침해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이라면 “비록 (계엄 선포가)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 하더라도 이때에는 국헌 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법원의 판단”이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공소장에 기재된 윤석열의 구체적인 폭동 행위는 다음과 같다. ①계엄사령부 구성 및 소집 명령(포고령 발령 포함) ②경찰의 국회 외곽 봉쇄 ③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의 국회 진입 및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 ④육군특수전사령부 병력의 국회 진입 및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 ⑤국회의원, 정치인 등 주요 인사에 대한 반국가세력 합동체포조 편성 및 운영 ⑥선관위 등 점거, 서버 반출 및 주요 직원 등 체포 시도 ⑦경찰과 소방을 동원한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등 시도.

비록 지귀연 부장판사가 이날 판결문이 아닌 판결 주요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낭독하며 ⑦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나머지 ①~⑥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의 공고, 국회 봉쇄 행위, 국회의원 및 정치인들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중앙선관위 등 점거, 서버 반출 및 직원 등 체포 시도 등은 모두 다 합쳐서 그 자체로 폭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이런 폭동 행위는 대한민국 전역,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와 선관위 등이 위치한 서울과 수도권 등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디자인주 장광석 실장

디자인주 장광석 실장


시민들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가장 큰 공포와 분노를 느꼈던 ②, ③, ④에 대해 윤석열은 “누구도 국민을 억압하거나 국회의원들의 계엄해제 요구 의결을 위한 의사 일정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에 투입된 병력이 부여받았던 임무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 특전사 병력은 처음부터 (특전사령관) 곽종근으로부터 국회의사당 본관을 봉쇄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건물 밖으로 나오게 만들고, 건물 내부에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게 만들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수방사 병력은 (수방사령관) 이진우로부터 일단 국회 경내에 들어가라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이진우는 스스로, 국회 경내로 들어간 병력에게 국회의사당 본관 주변을 경계하는 임무를 부여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모두 피고인 윤석열의 승인하에, 피고인 김용현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결국은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데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며 “이 사건 재판부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정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과 경찰의 활동으로 인해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적으로 양분돼서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군인권센터가 2026년 2월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 세력 척결’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군인권센터가 2026년 2월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 세력 척결’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체포조 운영’ 윤승영 등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

그럼에도 윤석열에게 선고된 형은 결국 무기징역이었다.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에게도 구형량에 견줘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윤석열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12·3 내란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에게는 무기징역(구형량)이 아닌 징역 30년형을, 민간인 신분으로 김용현과 수차례 만나며 12·3 내란을 기획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목적으로 당시 정보사령관 문상호에게 선관위 점거와 주요 직원 체포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에게는 징역 30년(구형량)이 아닌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12·3 내란 당시 국회 출입 통제와 주요 정치인 체포조 편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경찰청장 조지호(구형량 징역 20년)와 전 서울경찰청장 김봉식(구형량 징역 15년)에게는 각각 징역 12년, 징역 10년형이 선고됐다. 국회 출입 통제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목현태에게는 징역 12년(구형량)이 아닌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반면 계엄 선포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편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민간인인 김용군(전 3군사령부 헌병대장)은 징역 10년(구형량)이 아닌 무죄를 선고받았다. 주요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윤승영에게도 징역 10년(구형량)이 아닌 무죄가 선고됐다. 이유는 모두 증거 부족이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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