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2월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위촉식이 열렸다. 왼쪽 여섯째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그 오른쪽이 백선기 선방위 위원장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시작부터 언성이 높아졌다. 법정제재 건수가 이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와 견줘 너무 많다는 야당 추천 심재흔 위원의 발언에 다른 위원들이 달려들었다. 백선기 위원장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고 했다. 여당 추천 최철호 위원은 “역대 편파방송이 가장 심각하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2024년 5월9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위 활동 마지막 날의 풍경이다. 이날 선방위 제19차 회의에선 법정제재를 받은 30건 가운데 29건이 재심 안건으로 올라왔다.
출석한 7명의 위원 가운데 심 위원을 뺀 나머지 위원들은 빠른 진행을 원했다. 이미 법정제재를 내린 건에 대해선 다시 들여다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백 위원장은 “새로운 것이 없으면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대부분의 재심 청구 안건에 대해 ‘인용’ 의견을 낸 심 위원만 길게 의견을 늘어놨다. 일부 위원은 끼어들어 말다툼을 벌였고, 일부 위원은 회의 내내 하품을 했다. 이날 재심 청구는 1건만 인용됐다.
제22대 총선 선방위 활동은 이렇게 끝났다. 법정제재를 받은 30건은 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물론 이에 대한 외부의 비판과 평가도 이어질 것이다. <한겨레21>은 다른 기록도 함께 남겨보고자 했다. 이전에 선방위원 경험이 있거나 방송 심의 경험이 있는 외부 전문가 6명을 위촉해 선방위가 의결한 법정제재 안건을 차근차근 다시 들여다보고 평가한 까닭이다.
이번 선방위원들은 ‘공정성’과 ‘균형’ 등을 언급하며 치우침 없이 심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법정제재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특정 방송사에 몰렸다. 법정제재를 위한 필수 절차인 의견진술 과정에선 진술자를 꾸짖고(“대단히 왜곡된 시각을 가진 분들이 제작하기 때문에 많은 민원이 생기고 문제가 된다”, 손형기 위원), 자신만의 신념을 주입하거나(“언론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 충돌했을 땐 언론의 자유를 유보해야 한다”, 임정열 위원), 아이템 선정과 배치까지 관여하려 했다.
의견 진술자들은 피폐해졌다. 법정제재를 받은 프로그램 제작진은 기존 업무에 선방위 대응까지 하며 고통받았다. 일부 진행자와 패널은 프로그램에서 쫓겨났다. <한겨레21>은 이들의 이야기도 기록했다. 선방위로 시작했지만 그 끝엔 언론을 장악하려는 대통령이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엔 누구든 집권하면 미디어를 독차지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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