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기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2024년 3월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앙당사에서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겠다. 분절된 국회가 아닌 완전한 국회를 세종으로 이전해서 세종을 정치행정의 수도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어) 시민들께 돌려드리고, 여의도와 그 주변 등 서울의 개발제한을 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도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을 공약했다. 후보 시절 ‘의회와 행정부처가 지근거리에 있어야 의회주의가 구현되고 행정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에도 속도를 내줄 것을 관계 부처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나 대통령실의 발표는 ‘개헌’이라는 국회 이전의 필수 절차를 빠뜨린 것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수도란 국회와 대통령의 소재지를 말하며, 대한민국의 수도는 관습헌법상 서울이다. 따라서 수도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한 위원장의 말대로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옮기려면 먼저 헌법을 개정해 수도를 세종시로 변경해야 한다. 또 이렇게 수도를 세종시로 변경하면 국회뿐 아니라 대통령실도 함께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 대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더욱이 2004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서 신행정수도(세종시) 위헌 결정을 받아낸 것은 한나라당이었다. 2018년 수도 변경 규정을 포함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반대해 개헌을 무산시킨 것도 자유한국당이었다. 모두 국민의힘의 전신 정당들이다. 국민의힘이 수도를 세종시로 변경하려면 이에 대한 해명도 필요해 보인다.
이번 총선 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에 합의해 수도를 세종시로 변경하더라도 실제로 국회와 대통령실이 세종시로 옮겨갈 수 있는 시기는 2030년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와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앞서 여야는 2021년 9월 국회법을 개정해 제2국회(분원, 세종의사당), 2022년 5월 행정도시특별법을 개정해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세종시에 설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동안 윤석열 정부와 여야는 새 국회나 대통령실의 설계와 공사 등을 위한 예산 배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왔다. 한 위원장의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이 신뢰받기 어려운 이유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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