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의 수도권 주요 공약으로 경기도 김포시 등 서울 주변 도시들을 서울에 편입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서울과 주변 도시들에선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거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 쇠퇴가 심각해 정부가 균형 발전 정책에 집중해도 부족한데, 오히려 서울 집중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 논란은 2023년 10월30일 김포시에서 열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간담회’에서 시작됐다. 반향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11월2일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다룰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를 띄우고, 위원장에 조경태(부산 사하구을) 의원을 임명했다. 김포시도 주민, 김포시 의원, 도의회 김포시 의원 등과의 간담회, 김병수 김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만남 등을 통해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김포를 서울로 편입한다는 국민의힘의 구상은 경기도에서 오랫동안 추진돼온 경기북도 설치 문제에 대응한 것이다. 김포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신설을 추진해온 경기북도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하면서 서울시 편입을 요구해왔다. 경기북도엔 경기남도와 달리 재정이나 인프라가 좋지 않은 기초정부가 많은 편이다.
또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문제도 김포의 서울 편입에 불을 붙였다. 두 량의 전동차로 운행하는 김포골드라인은 2023년 4월 기준으로 출근 시간대(아침 7~9시) 혼잡도가 평균 241%, 최대 289%에 이르는 살인적 수준이다. 이 때문에 기존 지하철 연결 등 교통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김포시는 서울시와 통합되면 인프라 투자가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포골드라인은 악명이 높지만, 김포의 서울시로의 통근 인구는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 202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김포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인구는 하루 6만 명으로 김포 인구의 12.7%였다. 이것은 경기도의 31개 기초지역 가운데 10위로 중상위권이고, 서울과 접한 12개 경기도 기초지역에서는 최하위권이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움직임은 현재 국가적 과제인 지역 간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계획)는 “현재 국가 정책의 핵심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인구를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을 확대하고 새로운 인프라에 투자하면 인구는 수도권으로 더욱 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메가시티’ 구상 역시 애초 메가시티 논의와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메가시티는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지방 대도시권을 키우는 사업이었다. 부산·울산·경남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됐으나 이번 정부 들어 중단됐다. 대신 윤석열 정부는 11월1일 지방을 4대 초광역권과 3대 특별자치권으로 나눠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방 대도시권을 키운다는 애초의 메가시티 구상과 달리, 이미 강력한 블랙홀인 서울을 더 확대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려서 새로운 인프라를 마련하고, 그 인프라로 인해 다시 사람이 몰리는 악순환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정책은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의 포퓰리즘 정책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많다. 10월11일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포인트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하면서 수도권 총선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2008년 총선에서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뉴타운사업은 미국 금융위기와 사업성 부족 등 이유로 대부분 무산됐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 도시계획)은 “서울과 주변 지역의 통합적 관리는 중대한 문제인데, 이제껏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서울 주변 도시 가운데 왜 김포가 우선순위여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2024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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