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의원이 1월29일 경기도 양주시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수도권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토크 콘서트에서 지지자로부터 새 양말을 선물 받은 뒤 자신의 낡은 양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이 없다면 2023년 3월8일 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를까. 누구는 날리고 누구는 내치고 누구는 주저앉히면서까지 굳이 선거는 왜 하나, 그냥 대통령실에서 지명하라, 이런 근본 없는 퇴행은 처음 본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와중에 찰스마저 없었으면 어쩔…”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찰스는 안철수의 별칭이다. 앙드레김의 패션쇼를 즐긴 세대에서는 애칭에 가깝다.
3년 전 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던 대구로 달려가 의료봉사를 할 때 나는 ‘안철수의 자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필요한 곳에서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빛나 보인다고 썼다. 당시 땀으로 범벅이 된 그의 사진을 보며 많은 이가 ‘칭찬’했다. 동시에 그간의 정치적 헛발질에 대한 ‘놀림’도 보탰다. 뉴스에는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정치만 빼고” 유의 댓글이 따라붙었다. 과거 그가 정치적 ‘똥볼’을 차온 이유를 나는 두 가지로 짚었다. 실력이 없거나, 실력도 없는데 조바심을 내거나.
그런 안철수 의원이 요즘 꽤 필요한 곳에서 썩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느긋함까지 내보인다. 잃을 게 없는 선거라서일까. 당권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이 배구선수 김연경, 가수 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마치 두 사람에게 정치적 응원을 받은 것처럼 굴어 논란을 일으켰어도 당사자에게 사과하라고 비판했을 뿐 딱히 공격거리로 삼지는 않았다. 뭘까, 이 승자의 예감은.
‘윤심’을 업었다는 상대 후보가 ‘쪽수 동원’ 출정식을 하는 등 세 과시 구태를 보인 탓에 안 설치는 안철수가 오히려 돋보였다. 노골적인 ‘하청 정치’에 대한 당 안팎의 본능적 거부감도 있을 것이다. ‘김찍장’(김기현 찍으면 장제원 된다)처럼 윤핵관 중의 윤핵관이라는 장제원 의원이 뒤에서 다 조종한다는 말이 정설로 돈다. 하청에 재하청인 셈이다. 국민의힘 사람들이라고 ‘쪽팔림’이 없을까. 그들도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 사는데 말이다.
안철수만의 소구력도 있다. 영남권, 60대 이상의 비중이 높은 당원 구성을 고려할 때 지역적, 세대적 특징을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네임드’(실력이 검증돼 이름이 알려진 사람) 에 약하다. 우리나라 보수우파 정당의 기본 정서인 일극주의에 유리한 이는 ‘잘난 사람’이다. 잘나고 이름난 거로 따지면 안철수가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 지금 정신줄 놓고 눈 벌겋게 ‘결사윤심보위’를 하는 핵관들은 이런 바닥 정서를 놓치고 있다.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라이까네. 와 하필 김기혀이(같은 별 이름도 없는 이)를 내세워가꼬….”
정치 시작한 지 12년, 한 바퀴 돌았으니 유행어가 쌓인 만큼 실력도 늘지 않았을까. 특유의 눌변도 유머로 탈바꿈됐다. 지지자에게 양말을 선물받은 뒤 즉석에서 내보여 화제가 된 해진 양말 사진을 두고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별다른 의미 부여 없이 “시스루”(속이 비치는 스타일)라고 눙쳤다. 우리는 이런 안철수에게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는 일관되게 ‘자기중심’으로 상황을 해석해왔다. 실상 경쟁에서 밀린 몇 차례의 단일화도 자신의 통 큰 양보라고 믿는다. 모범생 이미지에 걸맞게 지난 대선에서도 나름 끝까지 정책토론에 용썼다. 심지어 당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은 중립이라고 줄곧 주장한다. 진심이거나, 진심으로 보이는 데 성공했다. 어느 쪽이든 안철수의 도저한 나르시시즘을 넘어설 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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