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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는 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까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2-12-17 22:33 수정 2023-01-05 22:53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씨가 2022년 12월6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씨가 2022년 12월6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주변에 이런 말을 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김씨는 2022년 12월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도로 주변에 있던 자신의 차 안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생명을 잃지는 않았다.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유는 최근 주변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잇따라 체포되거나 압수수색을 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화천대유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한성씨 등을 체포하고 압수수색했으며, 이 사건 초기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김씨는 이 사건의 다른 피의자들과 달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더욱이 김씨의 말을 빌려 이 대표의 연루 의혹을 제기한 남욱 변호사 등의 발언도 대부분 반박하고 있다. 이런 태도 때문에 김씨는 수사 검사들의 눈엣가시가 된 상태다.

검찰에서 수사받던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2004년 이후 100건이 넘는다. 새누리당 홍일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공개한 통계를 종합하면, 2004년~2015년 6월 108건이었다. 2004년 5명, 2005년 3명, 2006년 4명, 2007년 1명, 2008년 11명, 2009년 4명, 2010년 9명, 2011년 14명, 2012년 10명, 2013년 11명, 2014년 21명, 2015년 6월까지 15명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2015년 이후 피조사자의 극단적 선택 사건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논문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 원인 및 대책 연구’를 보면, 이런 사건의 원인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범죄 보도’가 꼽혔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위원장은 “검찰은 원하는 진술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구속영장 청구나 피의 사실 유포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준다. 그러면 자신과 주변을 지키기 위해 그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게 된다. 진술 위주의 수사와 재판에서 벗어나야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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