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제무대 데뷔가 ‘아마추어’적인 모습으로 드러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첫 정상회담 일정이 현지에서 취소됐기 때문이다. 나토 사무총장과의 만남도 윤 대통령이 면담 장소에서 30분가량 기다리다 바람을 맞는 식으로 일정이 ‘펑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022년 6월27일(현지시각)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도착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잡았던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핀란드 쪽 일정 문제로 취소됐다. 윤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으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지만, 이어 예정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은 예정에 없이 연기됐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시작된 핀란드와 스웨덴, 튀르기예(터키), 나토 사무총장 간의 4자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진 데 따른 것”이라며 일정 취소와 연기 이유를 밝혔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과 서유럽의 군사동맹인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토가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 정상을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소련에 맞서는 군사동맹인 나토가 출범 73년 만에 중국 견제에 나선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아시아 안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49일 만에 나선 첫 다자외교가 이렇게 막중한 외교 일정으로 채워졌지만 윤 대통령은 각별한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마드리드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문에 대해 “(각국 정상) 얼굴을 익히고 간단한 현안들이나 서로 확인한 다음에 ‘다시 또 보자’ 그런 정도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비행 내내) 못 쉬었다. 자료 보느라”라고 하면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책도 봤다”고 말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적응하는 경기’ 없이 바로 실전을 뛴다. 국가 이익을 치열하게 다투는 외교전에 나서는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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