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통과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른바 ‘수사-기소 분리’ 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다. 이 개정 법률안은 4월15일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일부개정 법률안과 4월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중재안을 바탕으로 법사위에서 다시 내용을 조정한 법안이다.
이 법안이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넘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5월3일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공포 뒤 4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께부터 시행된다.
2021년 시행된 1차 검찰개혁에서 수사권을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나누도록 한 데 이어 이번 개정 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대폭 축소했다. 다만 이번에도 ‘수사-기소 분리’를 완결하지 못한 과도적 법률로 남았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최종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법안과 관련해 어떤 쟁점이 있는지 정리해본다.
이번 개정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검사의 직접수사(수사 개시) 대상을 6개 중요 범죄에서 부패와 경제 등 2개 범죄로 축소했다는 점이다. 나머지 4개 중요 범죄는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공직자범죄와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3개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은 법 공포 4개월 뒤 폐지되고, 선거범죄는 2022년 6월 지방선거의 선거범죄 공소시효(6개월)를 넘긴 2022년 12월31일 폐지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1차 검찰개혁을 통해 2021년부터 검사의 직접수사 대상 범죄를 전체 범죄에서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개 범죄로 축소했다.
부패·경제 등 2개 범죄 외에 검사는 경찰공무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의 범죄도 직접수사할 수 있다. 이는 경찰, 공수처와 검찰이 상호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공수처의 검사와 수사관은 검찰청 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의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다.
애초 4월15일 민주당이 제출한 법률안에선 6대 중요 범죄를 검사의 수사 대상에서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4월22일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에선 한시적으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가 검사의 수사 대상으로 남았다. 이어 4월25일 국민의힘은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를 검사의 수사 권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4월26일 정의당은 선거범죄에 대한 검사의 수사를 2022년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남겨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4월27일 이 방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수사 범죄 6개 중 4개가 폐지됐는데, 앞으로 수사-기소가 완전히 분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은 “막판에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선거범죄나 공직자범죄는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 게 좋다. 그동안 검사들이 이들 수사권을 가지고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재갈을 물려왔다. 경찰이 수사하는 데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 법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검사가 직접수사하는 부패·경제 2개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한 점이다. 이 역시 수사-기소를 분리한다는 대원칙에 따른 것이다. 검사가 부패와 경제, 경찰관과 공수처 공무원 범죄에 대해 수사한 경우 수사 검사는 해당 사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게 된다. 검사의 수사를 일부 허용하더라도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애초 민주당 제출안에선 검사의 수사권을 사실상 폐지했기에 이 조항이 필요 없었으나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에서 검사의 직접수사를 일부 허용하면서 최종 법안에 이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보완수사한 경우엔 해당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앞서 2020년 2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 방안으로 검찰 내부에서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다. 수사한 검사가 기소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맞섰다.
최정학 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2개 범죄 수사가 검찰에 남았기 때문에 검찰 안에서 수사와 기소를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 수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공정한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같은 조직 안에 있으니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가 서로 협력하기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많았던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허용하기로 했다. 애초 민주당 제출안에선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병석 의장의 중재안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추가됐다.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는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 내에서’만 엄격하게 허용하려 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포기했다.
따라서 검사의 별건 수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경찰이 수사해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검사가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검사의 시정 조치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거나 위법한 체포·구속이 이뤄진 경우, 고소인 등의 이의 신청 등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에 대해서는 ‘동일한 범죄사실 안에서’ 엄격하게 검사의 보완수사가 허용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1차 수사를 축소하면서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을 준 것은 타당하다. 다만 검찰 수사관의 도움 없이 검사가 직접 할 수 있는 정도의 간단한 수사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검사의 보완수사는 아예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했다. 원칙적으로 별건 수사를 금지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3차 검찰개혁을 한다면 검사의 보완수사 문제는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법안이 5월3일 이후 공포되더라도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여전히 완결되지 못한다. 박 의장의 중재안에서 제안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한국형 FBI) 설치와 검사의 수사권 완전 폐지가 개정 법안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검사의 직접수사 축소에 따른 인력 재배치나 조직 축소도 시행이 불투명하다.
여야가 합의한 박 의장의 중재안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계획이 자세히 포함돼 있었다.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6개월 안에 중수청을 입법하고, 그 뒤 1년 안에 발족시킨다는 조항이 있었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폐지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부패와 경제, 선거 범죄에 대해 검사에게 1년6개월의 한시적 수사권을 주고 자동 소멸시키는 내용도 거론됐다. 그러나 최종안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수사권 소멸은 개정 법안에 포함할 수도 있지만, 중수청 설치는 법안에 넣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중수청법은 여론이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거부권을 고려해 여야가 합의를 통해 입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이 대폭 축소된 검찰의 조직 개편을 위한 예비 조처는 포함됐다. 검찰총장은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서(특별수사부 등)의 직제와 인원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박 의장의 중재안에도 특수부를 현재의 6개(실제로는 5개)에서 3개로 줄이고 검사 수도 제한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현재 검사는 2300여 명, 검찰 수사관은 6500여 명이다. 이를 대폭 축소하려면 인원, 조직 개편 계획이 나와야 한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은 “입법부가 만든 법을 윤석열 행정부가 집행하지 않으면 3권 분립에 어긋나는 위헌적 상황이 된다. 행정부가 국회에 법의 재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에 앞서 개정된 법은 행정부가 성실히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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