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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를 또 못 맞혔다고?

‘투표 의지’와 ‘모름/무응답’이 가르는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의 차이
등록 2021-12-07 16:06 수정 2021-12-08 02: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1월27일 전남 장흥군을 찾아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1월27일 전남 장흥군을 찾아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가 끝나면 ‘여론조사, 왜 실패했나’라는 제목의 언론 기사를 쉽게 만난다. 얼추 결과가 비슷하더라도 여론조사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부각하며 비판한다. 출구조사보다 정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더해진다. 선거기간엔 여론조사를 종교처럼 떠받들다가 선거를 치른 뒤에는 가혹할 정도로 문제제기가 이어진다.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상하기를 기대하지만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는 단순 비교할 수 없다. 핵심적 이유는 모집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내는 응답자와 선거 결과를 만들어내는 투표자가 동일하지 않다. 여론조사는 전 국민을 연령대별로, 지역별로, 성별로 고르게 표집해 최종 결과를 내놓는다. 비록 전체 중 일부만 조사하는 샘플링 방식이지만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투표에 참여할 사람도 포함되고 참여하지 않을 사람까지도 여론조사에는 포함된다.

모든 사람과 투표한 사람

반면 선거 결과는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으로만 구성된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들의 의견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투표율이 100%이면 여론조사 모집단과 선거 결과 모집단이 동일하겠지만 100% 투표율이 실현되긴 어렵다. 비교적 투표율이 높은 대선도 80%에 미치지 못하고,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서는 60% 내외의 투표율이 나올 때가 많다. 이는 여론조사 응답자의 상당수는 투표장에 가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 특히 투표 참여자와 불참자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가령 특정 후보 지지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가고 다른 후보 지지자들은 투표 불참 경향이 강하다면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의 차이는 커진다.

여론조사는 응답자가 답변을 스스로 하지만 면접원으로부터 연락이 오고 주어지는 질문에 답하기만 하면 된다. 온전한 주체적 행동이 아니고 수동적 속성을 지닌다. 반면 선거에 참여하는 투표 행위는 유권자가 직접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매우 적극적인 특성을 지닌다. 만약 A후보와 B후보가 대결할 때 더 많은 사람이 A후보를 지지할 수 있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B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 A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투표장에 덜 나가고 B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투표장에 더 많이 나가면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는 달라진다. 지지 강도와 투표 의지가 높은 쪽이 여론조사에서는 밀리지만 이길 수 있다. 단순히 지지율의 높음보다 ‘투표 의지’(Willingness to Vote)가 중요하다.

이런 사례는 종종 나타난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높았지만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투표 의지가 훨씬 높아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도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는 달랐다.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을 지적하는 시각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투표 의지가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의 투표 의지보다 높았기 때문에 투표한 사람들만의 의견인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온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월25일 대전 중구를 찾아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월25일 대전 중구를 찾아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과 달랐던 투표 결과, 브렉시트·트럼프

그렇다면 여론조사에서 투표에 참여할지를 물어 투표 참여 의향자의 의견을 살펴보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 방식은 흔히 사용되긴 한다. “귀하께서는 이번 선거에 참여해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하고,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들의 결과만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적 현실에서 제 기능을 못한다. 투표 참여는 민주시민의 의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이 질문을 받으면 실제 투표 여부를 떠나 대개 ‘투표하겠다’, 더 나아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다. 그래서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이른바 투표확실층이 90%를 넘는 경우도 있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율은 58.2%였지만 대부분의 조사에서는 80% 내외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여론조사에서 이런 현상을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 중 도덕적 편향성(Moralistic Bias)이라고 부른다. 실제 투표하지 않을 것이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투표 참여 응답을 함으로써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투표하기 위해 매번 유권자등록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 유권자등록을 했는지, 또 이전에도 했는지 등을 물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는 방식을 쓴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투표 자격이 주어지므로 그렇게 할 수 없다.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가 다른 그 외 요인으로 ‘모름/무응답’이 꼽힌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잘 모르겠다’고 답하거나 아예 답하지 않는 무응답층이 존재한다. 아직 어떤 이슈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포함된다. 조사 방식에 따라 모름/무응답 비율은 좀 달라지는데 대개 10% 내외이며 20%를 훌쩍 넘기는 일도 많다. 그래서 선거 조사에서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합해도 100%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는 누군가에게 투표한 사람들만 포함되므로 모름/무응답이 있을 리 없다. 후보들의 득표율 합은 100%가 된다. 물론 극히 일부의 무효표가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실제 선거에서 각 후보의 지지율이 좀더 오르게 된다. 모름/무응답층 규모가 크고 이들이 어떤 경향성을 지닌 경우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의 차이는 커질 수 있다.

‘모름’ 20% 넘을 때도

이런 이유로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를 동일시할 수 없으며, 여론조사 수치가 그대로 선거 결과로 이어진다고 예단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조사기관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가령 투표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전 선거들에도 참여했는지 묻고, 응답자들에게 투표 참여 의향만 묻는 게 아니라 1에서 10까지 구분해 투표 참여 의향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좀더 세분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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