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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정치 무관심층이라고요?

20대 투표율, 19대 대선 땐 30·40대보다 높아사전투표제가 20대를 ‘정치 적극층’으로 호출
등록 2021-12-17 23:39 수정 2021-12-17 23:39
제19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017년 5월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2동 사전투표소에서 청년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제19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017년 5월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2동 사전투표소에서 청년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20대는 정치 무관심층이다’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오랫동안 여겨졌다. 자신만 알고 사회에는 도통 애정이 없는 개인주의의 전형이라고 젊은 세대는 비판받았다. 공동체의 문제를 외면하는 20대는 사회적으로 덜 성숙한 집단이라고 규정하는 시각도 그간 팽배했다. 이제 이 명제를 폐기할 때가 왔다.

17대 대선부터 20대 투표율 꾸준히 상승

20대가 평가절하된 배경에는 20대의 정치적 성향이 고정적일뿐더러 정치와 선거 영역에서 우대받는 증표인 투표율도 높지 않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실제로 제18대 대선만 하더라도 20대의 선거 투표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투표는 국가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 20대의 투표율이 기성세대에 견줘 현저히 낮다보니 선거 구호로서 청년 대책을 얘기하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20대의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실제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거라고 인식한다. ‘고령층은 높은 투표율, 젊은층은 낮은 투표율’이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틀렸다. 최근 20대의 투표율은 결코 낮지 않다. 대선에서는 전체 평균 투표율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세대도 아니다. 최근 선거에선 30대보다 더 높은 투표율을 보여줬다. 심지어 40대보다 높을 때도 있다.

2017년 제19대 대선 투표율을 보면, 20대 투표율은 76.1%였다. 당시 전체 투표율은 77.2%였다. 30대는 74.2%, 40대는 74.9%였는데 20대가 이들보다 더 높았다. 이른바 2040세대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역대 대선의 세대별 투표율 변화를 살펴보면, 최근 20대 투표율의 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 20대와 30대를 초반과 후반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20대 초반 투표율이 51.1%, 20대 후반이 42.9%로 상당히 낮았다. 이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투표율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도 20대 후반을 중심으로 투표율이 가장 낮다가 이후 연령대로 갈수록 오르는 그래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제19대 대선에서는 20대에서 투표율이 빠지는 현상이 없다. 과거 20대에서 움푹 파인 ‘스푼형’ 또는 ‘V자형’ 투표율이 ‘평평한 책상형’으로 바뀌었다.

투표율 꼴찌 20대에서 다른 세대 수준의 투표율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20대에게 없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생긴 것일까. 20대의 삶이 점점 불안해지고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사회구조 개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실제와 주민등록상 거주지 다른 20대

투표와 관련한 제도적 변화가 있었음을 떠올려야 한다. 2014년 6월 실시한 지방선거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사전투표제가 도입됐다. 본선거일 5일 전부터 이틀 동안 별도의 신고 없이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사전투표제가 전체 유권자에게 익숙해졌고, 당일 투표 가능 여부를 떠나 미리 당겨서 투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사전투표율은 전체 투표율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사전투표제는 선거 당일 본투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혜택은 20대가 가장 크게 얻었다. 20대를 제외한 다른 세대들은 거주지와 주민등록 주소지 일치율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20대는 일치율이 낮다.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거주지를 떠나면서 주소와 거주지가 달라지는 일이 많다. 직장 초년생일 때도 상당 기간 주민등록 주소를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투표는 주소지에서만 할 수 있었다. 투표하려면 주민등록 주소지로 가야 했다. 부재자투표가 가능하지만 미리 신청해야 하고 부재자투표소는 도보로 가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거주지와 주소가 다른 20대는 투표하는 데 장벽이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이를 사전투표가 일거에 해소했다. 사전투표제가 처음 적용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8.4%로, 30대 투표율 47.5%를 바로 앞질렀다. 지금은 사전투표율이 전 연령대에서 높게 나오지만, 이 제도가 익숙하지 않던 당시에는 본선거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가 투표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20대에서 사전투표율이 15.8%로 가장 높았다. 다른 연령대는 10% 내외였다.

제도적 미비가 정치 외면층 낙인

지금 사전투표율 자체만 놓고 보면 투표율이 높은 고령층에서 사전투표율도 높지만, 세대별 투표자의 사전투표 이용률을 보면 여전히 20대에서 가장 높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자의 사전투표 이용률은 20대에서 43.1%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사전투표제의 기여로 20대 투표율(58.7%)은 30대(57.1%)보다 더 높았다. 그만큼 사전투표가 20대에 미치는 효과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투표율만 놓고서는 20대가 정치에, 선거에,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더는 비난할 수 없게 됐다.

어쩌면 20대는 오랫동안 기성세대가 생각하듯 정치 무관심층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들의 투표 참여를 어렵게 한 환경과 제도적 미비가 결과적으로 선거 참여를 막고 ‘정치 외면층’이라고 낙인찍게 했을지도 모른다. 사전투표제가 20대를 ‘정치 적극층’으로 호출해줬으니, 이제는 이들이 정치와 사회 영역에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선거 때 장식품처럼 몇몇 청년을 후보 옆에 세우는 형식적 퍼포먼스를 넘어 정치 영역에서도 청년이 직접 선수로 뛸 수 있고, 정책 결정 과정에도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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