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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구조사 결과는 왜 정확했나

‘투표자’ 조사해 여론조사보다 정확도 높아… 60살 이상 유권자 비중·투표율 상승
등록 2022-03-12 01:06 수정 2022-03-12 03:49

오랫동안 출구조사의 경험을 지닌 지상파방송 3사(KBS·MBC· SBS)의 출구조사 결과는 정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8.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7.8%로 윤 후보가 0.6%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득표율 결과는 윤 후보 48.56%, 이 후보 47.83%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6~7%포인트 우세 점쳐

출구조사가 아닌 여론조사 방식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한 조사에선 다소 달랐다. 한국갤럽은 2022년 3월7~8일 전국 성인 2199명을 조사해 발표했는데, 이 후보 40%, 윤 후보 46%로 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동일한 기간 리서치뷰는 투표 의향층 1천 명을 조사해 예측 결과를 내놓았는데, 이 후보 44.5%, 윤 후보 52.1%로 7.6%포인트 격차였다. 리얼미터도 3월7~8일 미디어헤럴드의 의뢰로 전국 유권자 3천 명을 조사해 윤 후보 48.4~52.0%, 이 후보 45.3~48.9%로 예측했다. 리얼미터의 경우에는 오차범위 내 예측을 내놓았지만 대체로 여론조사방식에서는 출구조사에 비해 1위와 2위간 격차가 컸다.

정확도에선 단연 출구조사가 앞설 수밖에 없다. 단순 여론조사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출구조사에 없는 ‘모름/무응답’이라고 한 응답유보층도 여론조사에선 불가피하게 존재하는데 이를 예측 과정에서 어떻게 처리할지도 난제다. 선거 결과는 결국 투표 참여자를 취합한 것인데, 출구조사는 투표자만을 한정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 방식은 그렇지 않다. 또 출구조사는 지역·세대·성별 투표자를 비교적 쉽게 추정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는 이에 대한 추정이 쉽지 않다.

여론조사는 투표할 것인지 보조 질문을 하지만 투표 의향을 엄밀하게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투표 참여는 바람직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있기에 대부분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응답한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투표 의향과 실제 투표율은 다르게 나타난다. 선거 막바지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관심도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응답하는 자동응답조사(ARS)에선 적극투표의향층이 90%가 넘기도 하고 면접원이 수행하는 전화조사에서도 80%를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실제 투표율은 대개 이보다 낮고, 이번에도 77.1%였으므로 그 격차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번 대선은 사전투표율이 역대 가장 높게 나오면서 출구조사 정확도에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출구조사의 공익성을 고려해 본투표일 전에 사전투표와 관련한 지역·성·연령대별 투표율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출구조사를 담당하는 지상파방송 3사와 출구조사 수행기관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도 지속해서 대규모로 조사해 지역·성·연령대별 지지 성향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선관위가 제공한 사전투표율 정보와 결합해 최종 출구조사 결과치의 정확도를 높였다.

다만 선거 결과 예측은 출구조사뿐 아니라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서도 다양한 언론사와 조사기관이 하는데, 사전투표에서의 지역·성·연령별 투표율 정보를 출구조사를 담당하는 방송사에만 제공한다. 사전투표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광의의 비밀투표를 훼손한다는 논란이 있다.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도 비밀 보호 대상이지만 누가 투표했는지도 보호해야 할 비밀인데 비록 집계 결과를 제공하지만 사전투표 참여자의 정보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성·연령에 따른 사전투표율 결과는 본투표에도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선거예측치를 내놓는 기관에 제공한다면 출구조사 방송사와 여론조사 방식의 예측조사를 내놓는 기관을 차별하는 건 문제가 있다. 출구조사든 여론조사 방식의 예측조사든 선거 결과를 예상하는 작업 방식의 차이일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전화조사 등으로 선거 예측을 하는 기관에도 사전투표 정보를 함께 제공하면 여론조사 방식의 정확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2030 진보? 전통적 세대 구도는 깨졌다

특히 이번 대선은 유권자 그룹의 투표 참여와 관련해 단순 예상이 쉽지 않았다. 선관위는 이번에 사전투표 정보를 일부 공개하면서 세대별 정보는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성별 정보는 공개했는데, 여성의 사전투표율이 남성보다 4.7%포인트 낮았다.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득표가 되는 게 아니라 투표장에 나가야만 득표율로 전환되는데, 사전투표에서 낮은 여성 투표 경향은 본투표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출구조사로 추정한 세대별 성별 투표율을 보면 본투표에서 여성의 투표 참여가 몰리면서 20대, 30대, 40대, 50대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사전투표 이후 여성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의 효과가 상당히 위력을 발휘했음을 의미한다. 1위와 2위의 격차를 줄이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이번 선거의 주요 특성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전통적 세대 구도가 깨졌다는 것이다. 그간 20대와 30대는 진보 경향이 뚜렷했지만 이번에는 여야 후보가 엇비슷하게 표를 나눠 갖게 됐다. 더 세부적으로는 2030세대에서 남녀별 지지 성향이 갈렸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렇게 대선에서 동일 세대 내 남녀 격차가 심한 경우는 처음이다. 이들 세대에서 남성은 윤 후보가, 여성은 이 후보가 월등한 득표를 했다. 미래 비전을 놓고 대결하는 모양새이던 대선이 이번에는 정권 심판, 정권 교체 프레임이 제법 작동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큰 틀에서 볼 때, 세대별 유권자 규모와 세대별 투표율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 세대별 유권자 분포를 보면, 제19대 대선에 비해 보수 성향이 강한 60살 이상 비중은 크게 늘고, 전반적으로 진보 경향이 나타나는 그 외 세대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60살 이상은 지난 대선에서 전체 중 24.4%였지만 이번에는 29.8%로 30%에 육박했다. 반면 20대는 15.9%에서 14.9%로, 30대는 17.6%에서 15.1%로, 40대는 20.6%에서 18.5%로 줄어들었다.

40대 이하 투표율 감소 등 변화 나타나

세대별 투표율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 대선에선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크지 않았다. 전체 투표율은 77.2%였는데, 세대별 투표율 격차는 3%포인트 내외였다. 20대 이하는 76.2%, 30대는 74.2%, 40대는 74.9%, 50대는 78.6%, 60살 이상은 79.1%였다. 그런데 이번 대선의 출구조사 추정치를 보면 20대 이하 65.3%, 30대 69.3%, 40대 70.4%, 50대 81.9%, 60살 이상 84.4%였다. 60살 이상은 유권자 비중이 5년 전보다 크게 늘었고 투표참여율도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진보 색채가 강하던 40대 이하에선 상당폭의 투표율 감소가 나타났다.

역대 가장 적은 격차(0.73%포인트)의 대선 결과였다. 깊은 의미는 세밀한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다. 다만 민심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기존 유권자 특성이 달라진 부분이 제법 확인되는 만큼 각 정치세력의 향후 선거 캠페인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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