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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요

[고래토론] 어린이의 정치 표현에 대하여
등록 2017-04-13 10:48 수정 2020-05-03 04: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을 소개하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참여 백가은, 선율(모두 11살), 박가은, 유효정, 장혜빈(모두 13살), 황민혜(14살)
진행 ,
촬영 양철모 삼촌(바라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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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체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일을 정치라고 해. 모든 시민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지. 그런데 정말 그래? 지금은 어린이들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뾰족한 수가 없어 보여. 투표도 할 수 없고 말이야. 어린이의 정치 참여, 어떻게 생각해? 인천 십정동지역아동센터 동무들과 이야기 나눴어.

우리도 투표하고 싶어!

민혜  요즘 뉴스 보면 복잡한 일이 정말 많아.

혜빈  나도 뉴스 보는 걸 좋아하는데, 진짜 그래.

민혜  곧 대통령선거를 한다고 하잖아.

효정  그렇지만 우리는 투표 못해, 쳇.

민혜  나는 투표하고 싶은데….

백가은  나도 나도.

효정  글쎄, 어린이들은 좀 힘들 거 같지 않아?

혜빈  왜 못해? 난 하고 싶어.

  학교에서도 선거하잖아, 반장선거. 나는 4학년이 되어서 이제 회장선거도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은 왜 못 뽑아?

민혜  전교회장 선거도 1·2·3학년 애들은 못해. 고학년만 투표할 수 있지.

박가은  그러네.

혜빈  그거 문제네.

효정  저학년 애들도 투표하고 싶을 텐데.

혜빈  진짜 어른들만 투표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우리도 파릇파릇한 초등학생·중학생인데, 왜 참가할 수 없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

민혜  우리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고.

박가은  맞아.

효정  솔직히 나는 내가 투표를 하든 말든 상관없거든. 그런데 어른만 투표하는 건 기분 나빠. 어린이도 투표할 권리는 있어야지.

백가은  나도 그렇게 생각해.

혜빈  옛날에는 남자만 투표할 수 있었잖아. 지금은 여자도 할 수 있고. 그렇게 조금씩 변하니까 앞으로는 청소년도 투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선거는 몇 살부터?
-“투표하겠다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투표권 줘도 돼.” -황민혜

-“투표하겠다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투표권 줘도 돼.” -황민혜

혜빈  14살 정도부터는 할 수 있을 거 같아.

민혜  저학년은 판단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 말이 워낙 어렵잖아. 그렇지만 선거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는 어린이도 있거든. 그러니까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투표하게 해주는 게 좋을 거 같아.

  나이 제한 없이?

민혜  응.

백가은  난 10살은 넘어야 할 거 같아.

  난 8살.

박가은  나는 15살에서 16살 정도.

혜빈  부모님이 투표하러 가신다고 하면 나도 같이 가고 싶거든. 지금도 공부 열심히 하고 뉴스도 보는데, 14살쯤 되면 우리도 어른들만큼 생각할 수 있다고 봐.

나이를 제한하는 이유

  우리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투표권을 안 주는 건가?

백가은  응. 어른들은 어린이가 어리니까 그런 판단을 못할 거라고 여기는데, 약속하고도 안 지키는 사람이 많은 거 보면, 어른도 제대로 판단해서 투표를 하지 않는 거 같아.

효정  어리다고 머릿속에 지식이 없는 건 아니잖아. 학교에서 역사도 배우고 사회도 배우는데.

민혜  고정관념인 거지.

효정  투표는 나를 대신해서 뭔가를 결정하고 행동할 사람을 뽑는 거잖아.

혜빈  그리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게 해야 해.

민혜  어린이들이 그런 걸 잘할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겠어?

효정  음, 솔직히 말하면 어려울지도 몰라.

혜빈  잘 모르겠네.

백가은  난 못할 거 같아.

민혜  그럼 어린이한테 투표권 주면 안 되겠네.

생각 좀 하자고!
“투표할 때는 다 잘할 것처럼 하는데 투표가 끝나면 그냥 자기 멋대로 해.”-백가은

“투표할 때는 다 잘할 것처럼 하는데 투표가 끝나면 그냥 자기 멋대로 해.”-백가은

효정  어른들도 다 잘하는 건 아니잖아. 다 잘한다고 하면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지금 보면 이게 뭐, 엉망진창이니까.

민혜  맞아. 어른들도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지, 잘 판단하진 않아. 그리고 자기가 믿고 싶은 쪽만 믿고 다른 쪽은 쳐다보지 않아. 제대로 비교도 안 하고 그냥 무작정 찍고 말이야.

혜빈  그럼 어린이만이 아니라 제대로 판단하는 어른도 별로 없다는 거네.

효정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혜빈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될 줄 알고 투표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런데 지금 이렇잖아. 어른들도 생각을 좀 하고 뽑아야 하는데 그냥 막 투표해서 그래.

  그러니까 지금 어린이한테 투표권을 줘도 상관없는 거 아니야?

어떤 사람을 뽑아?

민혜  말을 거창하게 잘하는 사람을 뽑지 않나?

백가은  공약을 잘 만든 사람.

민혜  우리한테 이득이 되는 공약을 말하고 그걸 잘 지킬 것 같은 믿음이 드는 사람.

혜빈  아닌 거 같아. 사람들은 앞모습만 보고, 옆모습은 잘 안 보고 투표한다고.

민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 쉽지. 내면을 알긴 어려워.

백가은  그러니까 공약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

혜빈  약속하고도 안 지키는 사람이 많은 거 보면, 어른들도 제대로 판단해서 투표하지 않는 거 같아.

박가은  맞아.

선거,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
“진짜 어른만 투표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우리도 파릇파릇한 초등학생·중학생인데, 왜 참가할 수 없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장혜빈

“진짜 어른만 투표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우리도 파릇파릇한 초등학생·중학생인데, 왜 참가할 수 없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장혜빈

박가은  별로 하는 일도 없는 반장을 왜 뽑는 거야?

민혜  열 명이 다 자기 의견을 떠들면 정리가 안 되잖아. 우리 생각을 듣고 정리할 사람이 있어야지.

박가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뽑는 게 진짜 나랑 상관 있어?

혜빈  있지. 나라의 일인데, 어린이라고 없겠냐?

백가은  같은 나라에 살고, 나라의 대통령인데.

민혜  그 사람이 어떤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거기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진다니까. 나라 간의 교류, 이런 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정치를 제대로 못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

효정  대표가 필요하긴 해. 대표가 제대로 자기 역할을 안 하는 게 문제야.

혜빈  공약을 잘 지키도록 감시해야겠네. 못하면 벌주고, 끌어내리고.

민혜  다른 건 안 바라. 진짜 자기만을 위한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대표가 되었으면 모두를 위한 일을 해야지, 자기 돈만 벌거나 명예만 챙기면 어떡해?

권리가 생기면 관심 갖게 될걸!

박가은  어린이한테 투표권이 없으니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거지, 투표권이 있으면 공부도 하고 관심도 갖고 더 알아보려 하지 않겠어?

백가은  맞아, 나도 그럴 거 같아. 지금은 내가 참여하지 못하니까 관심 없는 거지.

  공부를 하면 잘 알게 될 거야, 어린이도.

혜빈  그런데 너무 어리면 그게 잘될까?

민혜  ‘내가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라면 정치에 관심도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투표하겠다고 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투표권 줘도 돼.

백가은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말을 좀 바꾸면 되지 않을까? 어려운 점은 좀 도와주고.

혜빈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걸 제공해주면 될 거 같기도 해.

박가은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을 위해 글씨를 크게 만들고, 점자 투표지를 만들듯이.

민혜  몸이 불편한 사람도 투표할 수 있게 해야 해.

  휠체어 타고도 투표장에 들어갈 수 있게!

효정  동의, 동의.

혜빈  어린이가 관심 갖게 되면 어린이한테 필요한 공약을 할 거 아니야.

민혜  그러면 우리가 더 잘 판단할 수 있지!

박가은  우리한테는 투표권이 없으니까 어린이한테 필요한 걸 공약으로 이야기 안 하는 거겠지?

혜빈  그것도 그런데, 문제는 공약을 말하고 잘 지키지 않는다는 거야. 쓸데없는, 지키지도 않는 공약만 내걸고 표만 달라 하고.

민혜  못 지킬 공약은 아예 내걸지를 말아야 해.

혜빈  하겠다고 약속했으면 지켜야지. 사람들은 그걸 믿고 투표하는 건데.

백가은  되고 나서 안 지킬 수도 있잖아.

혜빈  그러면 뉴스에 나오고 또 그러는 거지, 뭐.

선거 때만 굽신굽신
“어린이들한테 투표권이 있으면 공부도 하고 관심도 갖고 더 알아보려 하지 않겠어?” -박가은

“어린이들한테 투표권이 있으면 공부도 하고 관심도 갖고 더 알아보려 하지 않겠어?” -박가은

  선거 때만 인사하러 다니고.

민혜  당선되고 나서는, 뭐 다 가졌다는 거지.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맘대로 하는 거야. 어른들은 어린이가 어리니까 그런 판단을 못할 거라고 여기는데, 그건 편견이야.

  자기가 이 나라의 대장이라고 여기고.

민혜  기세등등.

효정  나라의 주인은 우리인데.

혜빈  그런데 우리는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그게 끝나면 아무것도 안 해.

박가은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민혜  우리는 그냥 대통령만 정하는 거로 끝인 거 같아. 그러고 나면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해. 뭐든 우리한테 동의 같은 거 받아야 하지 않아?

백가은  투표할 때는 다 잘할 거처럼 하는데 투표가 끝나면 그냥 자기 멋대로 해.

혜빈  ‘내가 언제 그랬어요?’ 이러면서 나 몰라라 하고.

  그런 사람은 투표에서 떨어트려야 하는데.

뽑을 권한만? 끌어내릴 권한도!

  반장선거에 나온 애들 공약도 제대로 말 안 하고, 친하니까 뽑아달라고 했어.

백가은  아는 사람이니까 뽑으라고.

민혜  맞아. 연락 안 하다가, 투표할 때 갑자기 친한 척하고.

백가은  뽑는 날 아침에 막 자기 뽑아달라고 해.

민혜  반장선거에 나와서 된 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공약을 지키진 못했어.

박가은  반장이나 국회의원이나 비슷한데, 반장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

백가은  반장선거는 어느 반이나 공약은 다 비슷해. ‘떠들지 않게 하겠다’거나 ‘착하고 웃음 넘치는 교실을 만들겠다’거나.

혜빈  그런데 하나도 안 웃지.

효정  공약을 안 지켜. 그렇게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 손으로 내려오게 했으면 좋겠어.

민혜  대통령이라고 해서, 우리는 시민일 뿐이라고 해서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돼. 여기는 우리가 사는 곳이잖아. 대통령이 엉망으로 하면 당연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우리가 끌어내리는 권한 정도는 있어야 해.

백가은  대통령이 또 그런 일을 하면 그때 바로 대통령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

혜빈  자기가 잘못했고 그게 뉴스에 나와서 사람들이 다 알게 되면 스스로 내려와야지,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자기가 반성하고 내려오면 간단하게 끝나는 일인데….

민혜  그런 결정을 시민이 할 수 있으면 좋겠어.

우리가 직접 해볼까?
“내 맘에 꼭 드는 사람이 있겠어? 그냥 우리가 나가면 어떨까?” -유효정

“내 맘에 꼭 드는 사람이 있겠어? 그냥 우리가 나가면 어떨까?” -유효정

효정  그냥 우리가 나가면 어떨까?

민혜  대통령 선거에 나간다고? 그거 어린이들은 못해. 스무 살도 못해. 나이 든 사람만 할 수 있어.

혜빈  그건 진짜 편견이야. 아니 10대도 정치할 수 있고 20∼30대도 할 수 있는데, 왜 나이를 제한해? 왜 나이를 따져?

민혜  오래 산 사람이 경험도 많고 교훈도 많이 알려줄 수 있어서 그런 거겠지. 우리한테는 투표권이 없으니까 어린이한테 필요한 걸 공약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거겠지? 내 맘에 꼭 드는 사람이 있겠어? 나랑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 텐데. 그러니까 내가 해야지. 하지만 이건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 10대도 20대도 30대도 다 할 수 있다고.

백가은  그걸 누가 정하는 거야? 나이 어린 사람들한테 물어는 봤나? 그냥 자기들 맘대로 정한 거지!

혜빈  하고 싶어도 나이 제한 때문에 못한다니….

효정  내 맘에 꼭 드는 사람이 있겠어? 나랑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 텐데. 그러니까 내가 해야지.

민혜  맞아. 다른 사람이 나를 대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혜빈  그럼 왜 대표를 뽑는 거야. 선거를 왜 해?

박가은  아, 복잡해진다.

민혜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모두 직접 정치를 한다는 것도 불가능해.

혜빈  어떤 건,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으면 좋겠어.

민혜  그럼 너무 복잡해지지 않을까? 뭘 결정하려면 토론도 해야 하고. 그러면 모여야 하는데 이 많은 사람이 어딘가에 모인다는 거 자체가 힘든 일이고.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데, 각자 사정도 있을 거고 그러면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도 생길 거고….

  휴대전화 같은 거로 투표하면 편리할 텐데, 그렇게 하면 되지 않나?

민혜  부정행위가 나올 거 같아. 투표가 끝이 아니야.

우리가 안 뽑으면 누가 뽑아!
“학교에서도 반장선거 하잖아. 나는 4학년이 되어서 이제 회장선거도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은 왜 못 뽑아.” -선율

“학교에서도 반장선거 하잖아. 나는 4학년이 되어서 이제 회장선거도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은 왜 못 뽑아.” -선율

효정  그러면 결국 우리는, 투표해서 대통령을 뽑고 나면 끝인 거야? 그다음에는 아무것도 못해?

  어린이는 투표도 못해.

민혜  민원을 넣어야지. 계속 주장해서 우리 말을 듣게 해야지.

백가은  우리가 직접 결정하면 좋을 거 같은데.

민혜  계속 주장해서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지.

혜빈  모두에게 도움이 될 주장을 하면 들어줄 거야.

박가은  홈페이지에 계속 의견을 올리고.

효정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칠 수도 있고.

혜빈  어린이들이 정치에 참여할 방법은 거의 없는 거 같아.

효정  맞아. 모르겠어.

민혜  학교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학생들이 뽑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혜빈  당연하지. 우리가 다니는 학교에 대한 걸 결정하는 사람인데 우리가 안 뽑으면 대체 누가 뽑으라는 거야.

백가은  우리 생각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

혜빈  존중해달라는 거지.

효정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 투표할 수 없고, 머리가 정말 어지럽다.

혜빈  우리에게 힘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 뽑히고 나서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을 혼내줄 수 있게.

민혜  복잡하지만 말하니까 생각이 더 깊어지는 거 같아. 평소에는 생각 않던 문제잖아.

효정  재미있어.

혜빈  나는 말하니까 속이 뻥 뚫리는 거 같아.

*스스로 생각하는 힘, 동무와 함께하는 마음이 교양입니다.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 와 만나세요. 구독 문의 031-955-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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