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보수주의자들이 틈만 나면 꺼내는 단어가 ‘법치’다. 주로 어떤 시위나 농성을 강경 진압하고 싶을 때 쓴다. 요즘에는 ‘떼법’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와 말썽이다. 법이라는 수단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머릿수로 밀어붙여 억지 주장을 관철한다는 거다. 그러나 최근 법을 신경 쓰지 않는 건 오히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경찰 총수가 오히려 법을 무시하는 상징이 됐다는 것부터 문제다.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어떤 공직도 맡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음주운전에 사고까지 낸 범죄행위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았고, 또 그 자리가 하필이면 음주운전 단속을 책임지는 데라면 얘기가 다르다.
대한민국의 법치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두 가지 장치를 두었다. 하나는 정부 차원의 인사 검증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 인사청문회다. 인사 검증은 이 정권에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책임진다.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 발탁에는 경찰 내부의 복잡한 사정도 물론 영향을 미쳤겠으나 2014년 9월부터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강신명 전 청장 역시 이 정부 초기 청와대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이 ‘병역 특혜’ 의혹에 휘말린 상황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사정도 있었을 거다. 결국 이러저러한 정치적 고려로 ‘우병우 사단’이 또 한 명 탄생했음은 분명하다.
두 번째 장치인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철저한 무시로 무력화됐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자 대통령은 법에 따라 보고서 채택을 재요청했다. 재요청 이후에도 국회가 보고서 채택을 못하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재논의를 위해 국회에 준 시간은 단 하루였다. 국회가 뭐라고 하든지 무조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었고, 결국 그렇게 됐다.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정치는 법이 어찌할 수 없는 갈등을 해결해 공동체 유지에 기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정권에서 정치는 ‘진실한 사람들’과 ‘불순한 세력’ 간의 영원한 정치게임에 불과하고 법은 이 경쟁에서 ‘진실한 사람들’의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 수사하기 위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법이라는 기준이 무시당하는데 부하(?)가 상관(?)을 어떻게 물겠는가.
기득권이 자기 입으로 법치를 말하면서 스스로 그걸 우습게 여기는 게 드러난 바로 이 순간 정치는 냉소의 대상이 된다. 정치에 대한 냉소는 공동체를 파편화해 권력에 대들지 못하고 약자끼리 싸우게 한다. 정치도 법도 우습게 여기는 권력이 행정을 장악하고 입법과 사법을 무력화하는 걸 우리는 ‘독재’라고 부른다. 김수남과 이철성을 거느린 충신 우병우에 의해 사회가 이쪽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광경을 우리는 보고 있다.
전화신청▶ 02-2013-1300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 캠페인 기간 중 정기구독 신청하신 분들을 위해 한겨레21 기자들의 1:1 자소서 첨삭 외 다양한 혜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통일교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자금 수천만원 전달” [단독] 통일교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jpg)
[단독] 통일교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자금 수천만원 전달”

유시민 “통화·메시지 도청된다, 조선일보에 다 들어간다 생각하고 행동해야”

조진웅, 소년범 의혹 일부 인정…“성폭행은 무관”
![[단독] 경제지 기자에 1억 주고 “잘 좀 써줘”…‘김건희 집사 게이트’ 조영탁 구속 [단독] 경제지 기자에 1억 주고 “잘 좀 써줘”…‘김건희 집사 게이트’ 조영탁 구속](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6/53_17649845156244_20251206500211.jpg)
[단독] 경제지 기자에 1억 주고 “잘 좀 써줘”…‘김건희 집사 게이트’ 조영탁 구속

박나래, 상해 등 혐의로 입건돼…매니저에 갑질 의혹

‘쿠팡 외압 의혹’ 폭로 검사 “문지석, 무고로 처벌해달라”…특검에 수사 요청

트럼프가 이겼다…대미 3500억불 투자 손해, 자동차관세 절감 효과 2배

김상욱 “장동혁, 계엄 날 본회의장서 ‘미안하다, 면목 없다’ 해”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김연경의 독설, ‘너를 믿는다’의 다른 말…좌절을 성장으로 이끈 비결 [건강한겨레] 김연경의 독설, ‘너를 믿는다’의 다른 말…좌절을 성장으로 이끈 비결 [건강한겨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6/53_17649833831326_16176498336525.png)
김연경의 독설, ‘너를 믿는다’의 다른 말…좌절을 성장으로 이끈 비결 [건강한겨레]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