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좀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지지자들만 하는 게 아니다. 한국 정치와 시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뭔가를 제대로 하는 제1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 제1야당이 정권을 장악하기 바라서가 아니라, 여당과 야당이 경쟁해야 정치가 발전한다는 소박한 바람을 누구라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우리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에 대해서도 따로 논해볼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양당의 경쟁은 반드시 정치를 발전시키는가, 애초에 정치의 발전이란 무엇인가, 차라리 독재가 효율적인 부분도 있지 않은가? 이는 정치학 개론서나 읽으며 떠올려야 할 질문들인데, 비루한 한국 정치의 현재는 관전자를 굳이 그 수준까지 추락하게 만들고야 만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예산안 처리와 쟁점 법안 처리를 연계한 새누리당의 전략에 별 대응도 못하고 말려들어버렸다. 그간 야당이 반대해온 것들을 합의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똑똑한 야당 정치인들이 합의문에 도망갈 ‘구멍’을 다수 마련해놓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회피를 하더라도 합의를 깼다거나 신의를 저버렸다는 식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게 되었다.
정말 지독한 건 새정치연합이 놓인 수렁 자체다. 과거 같으면 보수 언론은 칭찬했을 만한 일로 볼 수도 있다. 다소 늦긴 했지만, 어쨌든 법안 처리를 약속하고 예산안을 통과시켜주는 ‘합의의 정치’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장치 덕분이긴 하지만 하여간 이명박 정부 시절의 ‘난투극’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보수 언론도 비난 일색이다. 법안을 끼워팔기 했다는 둥 지역구 예산만 챙겼다는 둥 하며 ‘최악의 국회’라는 수식어까지 등장시켰다.
어떤 신문은 그 비난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음 총선에서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 이건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연상시키는 문장이다. 이들은 다음 총선 구도를 ‘정권심판론’이 아니라 ‘국회심판론’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예산안 정국은 결국 이를 위한 좋은 소재가 됐다. 새정치연합 원내 지도부의 반응은 ‘다음엔 더 잘하자’ 수준이다. 이런 판국에 과연 ‘다음’이 있겠는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볼썽사나운 ‘정치 활극’도 보는 사람을 가슴 아프게 하는 요소다. ‘문안박 연대’라는 민감한 카드를 마치 주머니에서 귤 꺼내듯 한 문재인 대표나 총선을 불과 몇 개월 남겨놓고 ‘문재인 물러나라’는 피켓을 들어올린 안철수 의원이나 이해 안 되긴 마찬가지다. 어쨌든 칼자루를 쥔 쪽은 문재인 대표이니 훌륭한 참모들의 보좌를 받으며 여차저차 수습하면 될 사안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는 동안 ‘집토끼’들마저 싱숭생숭한 상태가 돼버리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런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타협 없는 정치를 하란 얘긴가?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라도 했어야 한다는 얘긴가? 어떤 것을 두고도 싸우지 말고 단결하란 얘긴가? 문재인 대표의 손에 절대권력을 쥐어줘야 한다는 얘긴가? 사실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다. 쟁점 법안들이 통과된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새정치연합이 둘로 쪼개지는 게 야당 정치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물어야 할 것은 제1야당이 우리에게 어떤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 국민이 3당 합당이나 정계 은퇴 번복에도 불구하고 ‘양김’에게 지지를 보낸 것은 그들이 권력을 그야말로 절실하게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뭐가 되었든 해내고 말리라는 어떤 환상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야권에 그런 환상을 불러일으킬 만한 정치인이 도대체 누가 있는가? 이게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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