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유승민) 다음은 무대’라는 말이 현실이 됐다고도 하고, 배신의 정치 시즌2가 시작됐다고도 한다. 새누리당을 휘감고 있는 태풍이 심상치 않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셈법은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TK(대구·경북) 물갈이’에 대한 의지를 거둘 수 없다. ‘유승민 일당’이 꼴보기 싫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레임덕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 나설 후보들은 김무성 대표의 영향력 아래서 ‘비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마하게 될 것이다. 지는 해나 다름없는 대통령의 친위대를 자처하기보다는, 정권을 비판하는 소신 있는 모습을 내보여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돌파하자는 계획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런 건 늘 있는 일이지만 내년 총선 이후 국회가 온통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로만 채워져서는 곤란하다. 이런 상황에서 4대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 될 가능성도 있다. 퇴임 뒤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자신의 수족들에 대해 ‘부관참시’를 하겠다면 어찌할 것인가? 이런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 내에 단 10명이라도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인물들이 확실하게 탄생하도록 대통령이 직접 ‘점지’를 해주기 위해서는 새누리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TK에 대한 전략공천이 필수다. 말이 전략공천이지 사실상 누구 가슴에 배지를 달아줄지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김무성 대표로서는 필연적으로 현직 대통령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가 펼쳐지면 자신의 안전도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일평생 주류로 살아왔기 때문에 ‘걸면 걸리는’ 흠이 많다. 대통령에게 미움을 받는 처지에서 이런 흠들은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이른바 ‘마약 사위’ 사건은 단지 서론에 불과할지 모른다. 어려움을 극복하자면 국회 내에 최대한 자신의 지지 세력 수를 늘려놓는 수밖에 없다. “전략공천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반복 피력하는 건 이 때문인 걸로 생각된다.
그러나 대통령과 싸워 이길 수 있는가? 결국 김무성 대표는 또 굽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권 내의 자중지란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김무성 대표의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에 친박들이 본격 도전하는 상황도 펼쳐질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 이것은 즐거운 상상이다. 문재인 대표가 김무성 대표와 추석 연휴에 전격적 합의에 응한 것도 여권 내의 이러저러한 시나리오를 충분히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어찌됐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가 내놓은 제안이다. 김무성-문재인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서이지만 형식만 놓고 보면 야당의 아이디어를 여당이 받아준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후 상황이 어찌되든 이제 와서 하지 말자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이게 선거제도와 연동돼 있다는 거다. 여당이 “국민공천제를 받아줬으니 비례의석 축소와 선거제도의 현행 유지에 동의해달라”고 나오면 어쩔 것인가? 이미 어떤 포기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너구리 같은 전병헌 최고위원이 벌써 비례대표 확대가 무조건 선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선거구 획정 국면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농어촌 지역’에는 당연히 호남이 포함된다. 이렇게 또 중요한 문제가 유야무야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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