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드라마 의 소심(윤여정)과 영춘(최화정)은 참 희한한 커플이다. 한 집안에 사는 처첩이라는 설정은 ‘막장’스러운데 거기에서 ‘난봉꾼 남편’이 빠지자 기묘한 연대가 형성됐다. 사이좋게 족발집을 운영해 집안을 먹여살리고 사고뭉치인 식구들을 뒷바라지하며 가부장과 안주인의 역할을 함께 담당하는 그녀들은 영락없는 부부지간처럼 보인다. 소심이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남편 같다면, 애정 어린 눈빛으로 곁을 지키는 영춘은 곰살맞은 마누라 같다. 둘 사이에 아들인 동희(옥택연)가 끼어들면 길러준 엄마와 낳아준 엄마라는 또 다른 대립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마저도 갈등으로 번지는 게 아니라 서로를 ‘진짜 엄마’로 밀어주지 못해 난리다. 지난 8회는 이 묘한 관계의 절정이었다. 소심을 위해 족발집 단골을 하나라도 더 늘리려고 남자 손님 앞에서 아양 피우는 영춘에게 소심이 박력 있게 화내던 장면. 형님 자식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영춘이 속상해하자 소심이 말했다. “자넨 내 새끼여. 젤 아픈 손가락이여. 난 자네 첨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저거는 그냥 내 새끼다, 우리 동옥이보다 더 덜떨어지고 우리 동희보다 더 천지 분간 못하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내 새끼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어.” 또 위대한 모성인가 싶었다. 하지만 다음 대사가 압권이다. “자네한테 난 아버지고 난 엄니여.” 자매이자 부부이며, 부녀인 동시에 모녀인 관계라니. 여자이자 엄마로서의 상처에 대한 공감을 이들처럼 눈물겹고 따뜻한 관계로 승화시킨 최강 ‘케미’ 커플을 본 적이 없다.김선영 TV평론가
서로를 느끼며 서 있는 두 남자드라마를 보다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두 주인공이 계속해서 어긋나는 거다. 어디로 달려가면 바로 직전에 떠났고, 어디에서 만날라치면 누군가가 가로막고… 그러다보면 팬들의 마음엔 이런 게 싹튼다. “도대체 둘을 언제 만나게 해줄 거야?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애간장을 태우다보면 거기에서 케미가 싹튼다. 처럼 아예 이런 걸로 영화 한 편을 찍는 경우도 있다. 가 요즘 이런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남과 남이다. 대통령과 경호원, 언제나 같이 있어야 할 존재일 것 같지만 여러 사건이 겹쳐지면서 둘 사이가 벌어진다. 그러다 갑자기 경호원 한태경이 VIP를 직접 만나야겠다고 막무가내로 달려든다. 당연히 경호실에서 그를 제지한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같이?” 그때 대통령 이동휘가 말한다. “아니요. 단둘이 있겠습니다.” 젊은 정의감에 모든 것을 알아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남자. 산전수전을 겪으며 때론 외면과 침묵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여겨온 남자. 두 남자가 검푸른 톤의 방 안에서 서로만을 느끼며 서 있다. 순간 내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어쩌면 이 순간 둘의 모습이 이 드라마 전체의 주제를 축약해놓은 게 아닐까? 어떤 로맨스보다 진한 관계가 여기에 있지 않나? 과연 두 남자는 그 누구보다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서 남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그때까지 날 지켜주지 않겠습니까?”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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