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 얼추 마감 작업을 끝낸 금요일 밤 늦은 시각. 겉표지에 찍힌 998호란 숫자가 한순간 가슴팍을 콕 찌르는 느낌이다. 긴장감과 초조함, 설렘이 한데 뒤섞인 묘한 감정이 지친 육체와 한껏 늘어진 신경줄을 덮쳐온다. 이번주와 같은 일상을 한 차례만 더 되풀이한다면, 은 세상을 행해 1000번째 이야기를 풀어내게 된다. 20년 세월이다. 999와 1000. 세 자리와 네 자리 숫자의 간극이 뭐 그리 대단할까 위안해보려 했으나, 이내 어디선가 둔탁한 물체가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착각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솔직히 내부 분위기는 요즘 여러모로 어수선한 편이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지면을 꾸리기 위해 마감의 고통을 견디는 것과는 별개로, 틈틈이 앞으로 몇 주 뒤에 연이어 소개할 1000호와 20주년 기념호에 맞춰 이런저런 기획 기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두들 애쓰는 탓이다. 국내외로 출장을 떠나는 기자도 여럿 있고 하니, 일손은 항상 빠듯할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어그러지고 말았다. 원래 이번주엔 한 인물에게 바치는 뒤늦은 ‘오마주’ 형식을 빌려 표지이야기를 꾸며보려 했다. 지난 1월 중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사무국장이 주인공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우리 사회 주류·지배 세력의 강고한 ‘지식동맹’에 맞서는 대항전문가, 대항지식인의 삶의 현주소를 찬찬히 되짚어보려는 의도였다. 그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 크다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그가 애써 남긴 흔적이 곳곳에 널린 때문일 게다.
그를 밀어낸 자리를 결국 꿰찬 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다. 지난 2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피고 김용판’에게 무죄 선물을 안겼다. 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과 은폐 사건 역시 잠시나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지 모른다. 활짝 웃는 얼굴로 법정을 나선 그는 기자들을 향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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