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990호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기자들의 월요일 기획회의에선 어떤 기사를 표지이야기로 다룰지를 두고 의견이 꽤나 엇갈렸다. 최근 들어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 상황과 관련해 기로에 선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을 정면으로 다뤄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 정부 들어 국내 정국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수렁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도무지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이 ‘외치’에선 후한 점수를 따고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이었다. 그 허구를 파헤쳐보자는 얘기였다. 시의성이 높다는 게 주된 논거였다. 또 한편에선 이 단독으로 입수한 한 편의 보고서를 정면에 내세우자는 목소리가 만만찮았다. 중립성으로 한껏 포장한 ‘과학’이 담배회사라는 거대 자본과 어떻게 결탁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생생한 증거였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쪽이었다. 이런 가운데 느닷없이 북한 정권의 핵심 실력자로 알려진 ‘장성택 실각설’이 튀어나왔다. 여야가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시점인지라 국정원의 얄팍한 ‘타이밍 정치’를 충분히 의심케 하는 대목이지만, 어쨌거나 김정은 체제 2년을 맞이한 시점에선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뉴스였다.
마감날인 금요일 새벽엔 넬슨 만델라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도 멀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날아들었다. 1964년 내란 혐의로 리보니아 재판정에 선 최후진술에서 “백인이 지배하는 사회에도 맞서 싸웠고 흑인이 지배하는 사회에도 맞서 싸웠다”고 외쳤던 그다. 자서전의 제목과도 같이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을 끝낸 그에게, 전세계에서 애도의 마음이 쌓이고 있다. 그가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둔 과제가 수두룩하고 남아공의 현실이 여전히 어두운 것은 사실이나, 27년의 옥살이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을뿐더러 ‘차별 철폐’라는 커다란 족적을 세계사에 남긴 한 인간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이리라. 그가 남아공의 뿌리 깊은 차별정책을 폐지하고 대통령에 오른 게 1994년 봄이다. 내년 봄 창간 20주년에 즈음해 남아공 차별 철폐의 의미를 되짚어보려던 로선, 솔직히 착잡한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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