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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6-죽도록 개고생시키는 소송

등록 2013-01-29 23:40 수정 2020-05-03 04:27
한겨레 김봉규 기자

한겨레 김봉규 기자

<font color="#1153A4">오셨다네~ 오셨다네~ 그분이 돌아오셨다네.</font> ‘갸루상’ 얘기가 아니에요. 영화 시리즈 주인공 NYPD 존 매클레인(브루스 윌리스) 형사가 6년 만에 돌아왔어요. 5탄이 나왔거든요. 1955년생 양띠로 환갑을 코앞에 둔 윌리스 아저씨, 광채 나는 민머리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25년째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어요. 곧 ‘무형문화재’급으로 올라설 기세예요. 그래도 부술 건 다 부수고 나쁜 놈은 다 죽이는 매클레인 형사, 스트레스 해소에는 최고예요.

<font color="#1153A4">예고편도 미리 챙겨 봤어요.</font> 이번 시리즈의 배경은 러시아 모스크바래요. 그리고 주인공도 ‘아빠와 아~들’ 버전이에요. 경찰 아버지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아들의 활약상이래요. 우리나라로 배경을 바꿔서 상상해봐요. ‘공공의 적’ 잡는 강동서 강력반 강철중 형사와 ‘7급 공무원’ 아들을 주인공으로 세우면 되겠네요. 아들은 국가정보원 댓글 알바팀, 아니 심리정보국 소속 정도 되려나?

<font color="#1153A4">사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font>에서 주인공 설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몽땅 때려부수는 액션의 스케일이 중요하죠. 그런데 시리즈 5편 다 챙겨봤건만 영화 제목의 뜻을 아직도 모르겠어요. 저마다 내놓는 해석이 다양해요. 죽기 힘들 정도로 개고생하기? 끝까지 버티기? 3편부터는 시리즈에 부제도 붙어요. 격하게(With a Vengeance) 개고생하기, 자유롭게 살거나 죽기 힘들거나(Live free or die hard), 죽기 좋은 날(A good day to die). 무시무시해요.

<font color="#1153A4">의 팬으로서</font> 5편의 성공을 두 손 모아 기원해봐요. 영화 대박 나면 다음 시리즈는 서울에서 찍었으면 해요. 시리즈에 맞게 부제도 미리 정해놨어요. ‘다이하드 6-죽도록 개고생시키는 소송’이에요. 전세계 영화계에서 높아진 충무로의 위상을 반영해, 한국 정부가 영화 제작을 전폭 지원하도록 해요. 요즘 국가정보원 요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드라마도 찍고 있는 국정원이 맡도록 해요.

<font color="#1153A4">영화가 대박 나려면 줄거리를 잘 짜야 해요.</font> CIA 요원인 아들 매클레인이 한국 국정원에 파견 나왔다가 ‘좌파 척결 프로젝트’에 휩싸인다는 내용으로 짜봐요. 요즘 분위기에 딱 맞는 전략이에요. 악역으로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가 최근 국정원 간부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표창원(47) 전 경찰대 교수를 섭외하도록 해요. 오피스텔에 피신해 있던 ‘연약한 여성’을 궁지에 몬 혐의, 할리우드 영화에 딱 맞아떨어지는 악역의 조건이죠. 한때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이던 표 교수의 이력도 딱 좋네요. 시리즈에는 배신한 전직 군인도 많이 나왔거든요. 같은 국가공무원이잖아요.

<font color="#1153A4">그런데 문제는</font> 매클레인 형사가 들어갈 분량이 없다는 거예요. 영화 초반부터 지루한 소송 장면이 이어질 테니까요. 그래도 영화 나오면 ‘국정원 비방하면 법정에 선다’는 홍보 효과가 기막히긴 할 거예요. 그래도 시리즈에 꼭 들어가는 매클레인 형사의 명대사 “이피카이예이 머더퍼커”(Yippee-Ki-Yay, motherfucker)는 꼭 넣어주세요. 이왕이면 한국말이 좋겠네요. “에라이~ 썅! 집어치워라, 이 망할 놈들아!”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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