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1153A4">새누리당 의원들,</font> 어지간히 책을 멀리하는 모양입니다. 수뇌부가 공개적으로 독서를 권할 정도인가요? 이한구 원내대표(사진)가 11월22일 의원총회에서 권했다는 책들이에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안보관’을 맹비난한 기무사령관 출신 송영근 의원의 인터뷰가 실린 12월호,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다룬 극우 논객 조갑제씨의 12월호가 눈에 띄네요. 역시 조갑제씨가 낸 다른 책들도 완소 아이템이래요. 출판사의 소개 문구를 인용해볼게요. 무려 “김대중·노무현·김정일의 10년에 걸친 반역행위를 정리했다”는 , “안철수가 내세운 복지·정의·평화·소통·합의가 얼마나 공허한지, 경제·외교·안보 분야에 얼마나 무지한지, 이념적으로 얼마나 좌경화되어 있는지를 지적하고 있다”는 등이 황송하게도 추천을 받았어요. 진영 정책위의장은 “하나씩 사주시지, 바쁜 의원들이 언제 사보겠느냐”는 말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지요. 책 따위는 돈 주고 사보지 않는 분들인가요. 하기야 당 지도부가 ‘권장도서’로 지정한 책들의 수준을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이한구 원내대표의 ‘조갑제 사랑’은 끝이 없어 보여요. 얼마 전 “간첩 출신 국회의원”을 언급했다가 논란이 일자 그 근거로 조씨가 쓴 을 들기도 했었지요.
<font color="#1153A4">이참에 기자도 새로운 학설을 </font>하나 발표할까 해요. 지구가 위험에 처했어요.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들 때문이지요. 수성에서 온 괴물 모기떼, 화성에서 온 기계 원숭이들, 목성에서 온 거대한 공룡 토끼들, 금성에서 온 마법사 독수리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지구를 지키려고 싸우는 듬직한 로봇이 있거든요. 무슨 말이냐고요? 시리즈 모르시나요? 사실이 아니라고요? 대학 때 선배 집에 놀러갔다가 분명히 봤는데요? 그 집에 유치원생 아들이 있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이 원내대표가 추천한 책들보다 더 많이 팔렸을 가능성도 있다고요.
<font color="#1153A4">하기야 무작정 ‘좌파’ 딱지 </font>붙이고 보는 건 어제오늘 일도 아니에요. 안철수 후보의 정책을 “마르크시즘”이라고 규정해 실소를 샀던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대표적이겠죠. 정말 마르크스를 읽어보셨는지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겠죠? 어쨌든 또 사고를 쳤어요. 2008년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 했다”는 김 본부장의 말을 접하고 소름이 돋았어요. 박정희 정권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이 부마항쟁을 놓고 “탱크를 동원해 뭉개버려야 한다”고 했다지요. 아버지의 측근과 딸의 측근은 닮은꼴인가요. 아버지 측근의 말로는 참혹했어요. 딸의 측근은 어떨까요.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도 그의 독설을 피해가지 못했죠. “권력형 부정부패의 사슬이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걸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나”라는 말에선 어떤 순수한 증오까지 읽혀요.
<font color="#1153A4">미국 대선 과정을 보며 </font>인상 깊은 장면이 많았어요. 지난 9월 후보 지명을 위해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유명한 ‘48분 연설’이 그중 하나였죠. 클린턴은 이렇게 말했어요. “공화당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원을 증오하는 것처럼 그들을 증오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곱씹을 거리가 참 많은 말이었어요. 우리 대선도 이제 3주 정도 남았네요. 연설문이야 돈 주고 사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무성 본부장도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진심이에요.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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