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년호를 ‘특별한 선물’로 가득 채우고 싶었습니다. 한 해 동안 을 사랑해주신 독자들께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두 가지 방침을 정했습니다. 첫째, 2011년 한 해를 사람을 중심으로 되짚어본다. 둘째, 통권 기획으로 한다. 2011년을 추억하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보실 수 있게, 단행본처럼 오래도록 책장에 보관하고 싶어 할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두 달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통권 인물 기획’은 18년 가까운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작업이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96쪽 모두를, 감동과 재미, 분노와 눈물, 성찰과 배려 따위가 깨알처럼 알알이 박힌 사람 이야기로 채울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기획안을 거듭 다듬고 섭외하고 취재하고, 그렇게 송년호 제작을 준비했습니다. 때론 두렵고, 때론 설레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 그에 도전한다는 건 두렵고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송년호가 독자들의 손에 전해졌을 때, ‘이 친구들 고민 많이 했구먼. 참 열심히 하는구먼’ 그런 얘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2011년 12월19일 정오, 북한의 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특별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 순간, ‘한반도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빨려들어가겠구나’ ‘송년호를 어떻게 해야 하지?’ 따위의 걱정들이 겹쳤습니다. ‘통권 인물 기획’ 제작을 강행할 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948년 한반도에 두 개의 ‘분단 정부’가 들어선 이래 한국 대통령은 10명, 북한 최고통치자는 2명, 같은 시기 미국의 대통령은 12명입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현대사에 남긴 흔적은 깊고 진할 터. 김 위원장에 대한 호오와 별개로, 사망의 무게와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까닭입니다.
오랜 고민과 노력의 결과물을 오롯이 독자님들께 전할 수 없다는 진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표지이야기(22쪽 분량)로 다루기로 했습니다. 이 거듭된 특종 보도로 정국의 핵심 현안으로 다시 밀어올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테러 사건, 이른바 ‘디도스 사건’도 다루기로 했습니다. 그 탓에 인물 특집은 50쪽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송년호를 보신 느낌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2.
아인슈타인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셨지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은 분리 불가능하다고, 그저 ‘시공간’으로 엮여 있다고. 시간의 매듭도 사람이 만든 거라지요. 그러니 ‘2011년, 한국’을 되새기는 우리의 자세도 2011년을 살아낸 뭇 생명들과 수많은 사건들…, 그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어야겠지요. 그런데도 송년호를 사람 이야기로 채운 건, 생태주의에 무지한 인간 중심주의적 편견 때문은 아닙니다. 우리들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되새겨보자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기억은 때로 누군가에겐 형벌이라지만, 추억은 누구에게라도 축복이라지요. 그래서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지요. 먼 훗날 추억할 게 많은 한 해였기를 바랍니다. 대화는 마음의 강을 건너는 다리랍니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들과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사람의 온기로 따뜻한 세밑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올 한 해, 모두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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