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이란 말은 바늘로 사람을 찔러 죽인다기보다 차라리 ‘말에도 뼈가 있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정치권에 촌철살인의 달인이 있다면 단연 이명박 대통령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오는 MB식 ‘말 속의 뼈’는 허를 찌를 때가 많다. “한국은 좋은 두뇌가 있지 않느냐.” 오바마가 던진 덕담에 “그걸 좋은 곳에 쓰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곳에 쓰는 사람도 있다”고 되받을 줄이야.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라는 대답을 떠올린 일반인은 정상끼리 주고받는 ‘정상급 농담’을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오바마도 MB의 살벌한 ‘농담’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는 자신의 ‘덕담’이 ‘악담’이 되어 돌아왔다며 ‘간담’이 서늘해질지 모른다. 그게 아니라 오바마가 인터넷 용어 ‘돋네’를 이해하고 있다면, 그 순간 속으로 ‘농담 돋네!’를 외칠 수도 있다. MB를 농담의 소재로 활용해온 사람도 ‘돋네’를 외칠 수밖에 없다. MB가 던진 ‘말 속의 뼈’로 인해 혀에 바늘이 돋는다는 뜻!
‘맛있는 뉴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순간 뼈라도 돋은 듯 혀가 빳빳해졌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우리가 두뇌를 나쁜 곳에 쓰는 사람일 수는 있지만 머리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는 결론이다. 이건 100% 사실이므로 입술에 침 좀 발라도 된다. 여기서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야기 독점 공개.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주의 깊게 관찰한 사람이라면 그가 말할 때 주기적으로 혀를 ‘낼름’거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번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관련 연설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말을 할 때마다 그는 연방 혀를 ‘낼름’거리며 입술에 침을 발랐다. 그가 혀를 ‘낼름’거릴 때 내뱉는 말은 ‘뼈 있는 말’일까, ‘뼈 없는 말’일까.
‘뼈 없는 말’은 있어도 ‘뼈 없는 소’는 없다. MB가 말한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는 ‘뼈째로’ 수입된다는 이야기다. “재협상은 없다”며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11월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도축도 못하고 도착도 못한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도축과 국내 수입을 가리킨다. G20 서울 정상회의 첫날 점심시간, TV 생중계에 눈이 팔려 무심코 곱창전골을 시켰다. 나중에 도착한 일행이 강심장이라며 곱창전골을 주문한 사람을 비웃었다. 그제야 메뉴판의 ‘곱창전골’ 아래에 작은 글씨로 쓰인 ‘미국산’을 발견했다. 뱃속의 곱창 꼬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재협상을 해야 한다면 한-미 FTA 안 해도 좋다는 MB의 말 속에는 뼈가 없을까. 그 말을 내뱉을 때에도 혀를 ‘낼름’거렸을까.
영부인 김윤옥씨가 ‘국모’라면, MB는 대한민국의 ‘국부’일까. 황영철 한나라당 의원의 ‘김윤옥 국모론’을 처음 들었을 때 ‘음모론’이 아닐까 싶었다. 정치권에서 나온 발언이라면 분명 ‘국모’가 아닌 ‘음모’였을 것! 이런 생각은 착각이었다. 황 의원은 분명 ‘국모’라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회장으로부터 연임 로비를 받은 ‘몸통’이 김윤옥씨라는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주장과, ‘몸통’이 아니라 ‘국모’라는 황 의원의 ‘국모론’을 섞을 때 우리는 “(김씨가) 조선의 국모다”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김윤옥 국모론’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국부론’도 함께 떠올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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