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공사로 대박을 터뜨린 적이 있는가. 집 짓는 토목공사(工事)를 말하는 게 아니다. 화류계 용어인 ‘공사치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나 언변, 혹은 미모를 이용해 타인으로부터 금전 등 이득을 얻어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공갈치다’ ‘등쳐먹다’ ‘벗겨먹다’는 뜻이 되겠다. 물론 아무리 ‘선수’라고 해도 매번 공사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함부로 ‘공사치다’ 실패하면, 그냥 ‘공치는’ 게 아니라 대박이고 뭐고 ‘공사(公私) 다 망’하는 수 있다.
당신은 ‘공사’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공사로 가장 큰 대박을 터뜨린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시절 그가 손대는 공사마다 대박이었다. 이 대통령이 지금 전 국민을 상대로 ‘공사 중’이시다. 4대강 사업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을 ‘벗겨먹고’ 있는 중이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언제나 공사(公事)에 바쁘시다는 뜻 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일하는’ 대통령이다. 인도에 갔던 게 엊그제인데 어느새 스위스 취리히에서 빌 게이츠 등을 만났다.
문제는 가끔 ‘공사’에 지친 ‘일하는’ 대통령이 ‘공사’(公私)의 경계를 오락가락하며 ‘일내는’ 대통령으로 비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인도 국빈 방문에 딸과 손녀를 데려간 사실이 확인되자 민주당 등 야당과 언론은 대통령의 ‘가족 여행’을 문제 삼았다. 청와대 쪽은 인도에서 ‘비공식’적으로 가족 동반을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자비 부담’이란 사실을 강조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니까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가족 여행’이 ‘공사’(公事)의 일환이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이런 변명이 ‘공사’(公私) 구분하지 못하는 이 대통령의 과거 행적으로 미루어볼 때, 분명 국민을 상대로 ‘공사치는’ 거라고 믿고 있다.
뭐, ‘공사’를 수행했든 ‘공사’ 구분 못해 ‘공사’를 쳤든 어쨌거나 ‘자비’ 부담한 ‘공사’라고 하니 우리도 ‘자비’를 베풀 순 없을까. 대통령 가족의 인도 여행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눈감아주자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청와대가 직접 고백했다. 2008년 페루 방문 때도 이명박 대통령이 딸 주연씨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 말이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행사에 ‘쓰레빠’ 신고 나온 아들과 사위를 불러 사진을 함께 찍게 한 적도 있다. ‘일하는’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공사다망’한 나머지, 국정도 가족도 챙기지 못해 ‘공사 다 망’하는 일 없도록 그까짓 ‘가족 여행’쯤이야 범국민적 ‘자비’로 이해해줍시다! (그런데 비공식이든 공식이든 인도에서 ‘요청’한 방문이라며 ‘자비 부담’은 또 뭔가. 아, 이렇게 ‘공사’(公私) 구분이 안 되면 범국민적 ‘자비’를 제안하기도 ‘부담’스럽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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