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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정운천? 정운찬!

등록 2009-09-08 13:47 수정 2020-05-03 04:25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사진 한겨레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사진 한겨레

노안이 찾아오는 것일까.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이름이 9월3일 처음 언론에 등장했을 때 순간적으로 그를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착각했다. ‘엥, 정운천이?’라며 휘둥그레 커진 눈은 ‘정운천’이 아니라 ‘정운찬’이라는 대목에서 다시 한번 확대됐다. 어느 쪽이든 황당한 것은 매한가지다. ‘정운찬’ 보고 놀란 가슴은 을 뒤적이며 또 한 번 놀라야 했다. 경찰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댓글과 첨부파일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보도였다. 기사는 경찰청 보안과가 지난 7월 ‘보안 사이버 검색·수집 시스템’을 강화하는 사업을 발주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촛불’ ‘2MB’ 등의 단어를 키워드로 설정해놓으면 이 단어가 들어간 모든 인터넷 게시물이 자동으로 수집된다는 것이다. 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경찰의 ‘과업 지시서’를 입수해 함께 보도했다. 뭐,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검찰과 경찰, 기무사 등이 보인 행태를 떠올리면 결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눈길을 사진으로 돌린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업 지시서’가 순간 ‘파업 지시서’로 눈에 들어온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서프라~이즈!’다.

9월3일 단행된 개각에서도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자리를 지켰다. 신종 플루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전 장관은 오뚝이처럼 살아남았다. 신종 플루의 심각성은 감염 여부를 곧바로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몸에 열이 오르는 등 신종 플루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거점병원 등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비용이 한번에 12만원 이상 든다. 서민으로서는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도 검진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신종 플루 사태 해결을 위해 뉴라이트나 조갑제 전 대표를 ‘신종 플루 감염자 색출요원’으로 활용한다면 어떨까.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붉은 기운’이 감도는 사람을 적출해내는 데 누구보다 유능했던 뉴라이트라면 열 오른 신종 플루 감염자를 단박에 찾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플루 사태야말로 뉴라이트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최근 개각에서 경제특보 자리로 옮기기 전까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이끌었던 그는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 후속조치 실천계획’을 추진했다. 교통 소통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심야에 보행 신호와 교차로 신호를 중단하고 점멸 신호로 점등토록 한 것이다. ‘점멸 신호 운영’ 정책은 대개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 등 도로 통행량이 적은 시간대에 차량 신호등이 황색등만 깜빡이는 것이다. 이는 강 특보의 평소 소신이 반영된 정책으로, 그는 2006년 서울 시정개발연구원장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다고 한다. 에너지 절약은 좋은데, 문제는 교통안전 대책이 충분히 확보돼 있느냐는 점이다. 만약 보행자 안전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그렇다면 그건 말 그대로 ‘강만수의 무한~도전’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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