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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브리핑] 역시 병역은 삽질

등록 2009-03-17 14:44 수정 2020-05-03 04:25
역시 병역은 삽질

군대에서 고참에게 사랑받으려면 두 가지를 잘해야 한다. 하나는 축구고, 다른 하나는 삽질이다. 사격을 못하는 군인은 있을 수 있어도 삽질을 못하는 군인은 없다시피 한 것이 군의 현실이다. 군에서 삽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언 땅을 ‘까는’ 것은 기본이다. 삽 하나만 쥐어주면 암석을 뚫기도 하고, 산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기도 한다. 풀 베는 것도 삽이오, 잡초 고를 때도 삽이다. 우리 군의 이런 속성을 간파한 것일까. 정부와 한나라당이 군 미필자가 해외 건설현장에서 일할 경우 병역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의 구상대로라면 앞으로는 삽질만 잘해도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해외 건설현장에 최대 5천 명의 ‘삽질 청년’을 파견하겠다고 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삽질 대책’의 수혜를 입기 위해서는 ‘삽질 초단기 완성’이 시급하다. 정부의 움직임에 민감한 사교육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조만간 국방부가 있는 서울 용산 주변에 다음과 같은 현수막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 굴착기로 만들어드립니다. 삽질 기초부터 완성까지 속성 코스’ ‘현직 공병대 스타 조교 직강, 수준별 삽질 강의’ ‘삽질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분석, 10월 입대반 대모집’.

김현희(맨 오른쪽) 사진/ 연합

김현희(맨 오른쪽) 사진/ 연합

새로운 한류 스타

참으로 ‘별꼴’(영어로 스타)을 다 본다. MB 정부 출범 이후 가수 보아를 대신할 ‘늦깎이 한류 스타’가 막 떠올랐으니, 주인공은 바로 김현희씨다.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씨가 이명박 정부 주선으로 일본 납북 피해자 가족과 만났다. 조·중·동은 기다렸다는 듯 김씨의 일대기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데 매달렸다. 일본 언론에서는 수백 명의 기자가 몰려왔다. 과거 김현희씨 관련 ‘특종’을 했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조갑제씨는 김씨의 등장을 지켜보며 “나는 특종이 좋은 정부와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역사를 움직일 수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재확인하였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1987년 대선을 하루 앞두고 서울로 압송돼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선 후보 승리에 기여한 김현희씨가 22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화려하게 빛날 수 있었던 것은 MB 정부가 아니었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 MB 정부는 이미 연쇄살인범 강아무개씨 사건으로 세상을 움직인 경험이 있다. 115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테러범에 대해 ‘우아한 자태’ 운운하며 감격하는 일부 언론도 ‘감동의 드라마’를 써내려간 주역이다. 조갑제씨 말대로 ‘좋은 정부’와 ‘좋은 사람들’이 만나면 ‘한류 스타의 역사’도 바뀐다는 말씀!

두 거물의 귀국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나란히 귀국을 선언했다. 정 전 장관은 “초심으로 돌아가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며 다음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전주 덕진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고, 이 전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기분 나쁜 소리도 하면서, 그가 환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깨우침을 주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대북특사로 활동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궁금한 것 두 가지. 이 전 의원의 표현대로 ‘환상을 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정 전 장관 말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낮은 자세로’ 임하면, 그들은 따가운 시선을 피해갈 수 있을까? 어쨌든 두 거물의 귀국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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