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과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수사 대상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국외로 도주하려는 것을 긴급 출국금지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관련자들이 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1-3부(재판장 박영주)는 2024년 11월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현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전 검사(혁신당 대변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이성윤 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도 2024년 1월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 접대와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던 김학의 전 차관을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무혐의 처리한 데서 비롯했다. 그 뒤 2018년 4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검찰의 수사가 부실하고 왜곡됐다며 수사 대상에 선정했다. 그러나 2019년 3월15일 김 전 차관은 소환에 불응했고, 3월22일 타이로 도주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제지당한 뒤 긴급 출국금지됐다. 그 직후인 3월29일 검찰에 김학의 사건 수사단(단장 여환섭)이 설치됐다.
이후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졌으나, 2022년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공소시효 만료 등 이유로 김 전 차관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 시간 끌기 수사였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검찰은 한발 더 나아가 재수사의 계기가 된 2019년 3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처가 불법적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 임기 말인 2021년 1월 수사를 개시했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2021년 4~7월 차규근 전 본부장과 이규원 전 검사, 이성윤 전 부장, 이광철 전 비서관을 기소했다. 이 수사는 조국 수사, 원전 수사, 울산시장 선거 수사 등과 함께 윤석열 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정면 공격한 수사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수사와 기소를 지휘한 이정섭 부장검사는 2019년 김학의 사건 수사단의 일원으로 김학의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던 검사였다. 그는 2023년 10월 대기업의 골프 접대, 마약 사건 무마 등 비위가 고발됐으나 1년 넘게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이 검사는 같은 혐의로 2023년 12월 국회에서 탄핵 소추도 당했으나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으로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이광철 전 비서관은 “2019년 5월 이정섭 검사를 포함한 김학의 사건 수사단이 김 전 차관을 구속했는데, 이보다 50여 일 전인 2019년 3월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일이 불법이라고 2021년 이정섭 수사팀이 수사한 사건이다. 검찰의 자기부정이다. 검찰을 개혁하려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런 자아 분열적인 수사까지 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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