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연합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1호 ‘직업간증인’이다. 자신이 경험한 직업을 간증하는 사람, 즉 직업간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안 해본 일이 없어야 하고, 모르는 것도 없어야 한다. 지난 1년 그가 행한 ‘직업간증’의 역사를 꼽아보자.
“나도 기업 해봐서 안다.” “나도 비정규직 노동자로 출발해 최고경영자가 된 터라 태생적으로 노동자 프렌들리다.” “나는 여러분의 환경미화원 대선배.” “나도 질문자 나이 때 황학동에서 일용직 노동일을 했다.” “나도 학생 때 학생회장 하면서 데모를 했다.” “가난의 대물림은 끊어야 한다. 내가 산 증인이다.” “나도 한때는 여러분처럼 노점상인.” “나 자신이 한때 철거민이었다.”
지난 1년간 이명박 대통령이 쏟아낸 말들이다. 매번 직업간증을 위해 재래시장 등을 몸소 찾는 이 대통령을 위해 앞으로 4년간 재활용이 가능한 ‘간증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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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황학동 비정규직 노동자로 출발하사, 당선 직후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제를 손보셨습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두 눈에서 고통의 눈물이 흐르니 ‘노동자 프렌들리!’, 이 한마디로 말끔히 치유하는 기적을 행하셨고, 또한 기업 앞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 일갈대성을 토해내사 중소기업인들이 줄줄이 요단강 건너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자 도시 재개발 속도전을 일으키셨고, 이 과정에서 6명의 어린 양이 주님 곁으로 갔으니, 이번에는 가난의 산 증인으로 임하사 ‘한때 철거민’이라 커밍아웃하셨습니다. 그분은 정녕 기적을 부르는 분이셨습니다. 민족고대 학생회장 시절 데모의 체험을 사탄의 무리들에게 설파하사, 일순 광풍과 함께 촛불 주동자들에게 은팔찌와 갱생의 축복을 선사하셨습니다. 그분이 내려주신 ‘마이너스’의 손길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청와대 지하 벙커 생활이 피부를 지치게 한 탓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닌텐도의 한국판 ‘명텐도’ 구상을 발표해 큰 웃음을 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보건복지가족부가 ‘관제 화장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샤넬에 필적하는 명품 화장품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복지부 설명이었다. ‘명텐도’가 이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관제 화장품’은 지하 벙커에서 고생한 나머지 다크서클이 짙어진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 조만간 ‘관제 화장품’의 이름을 공모할지도 모른다. 가장 유력한 브랜드명 후보는 프리미엄 한방 화장품 ‘십장생 MB(Most Beautiful)’ 시리즈다. 마치 십장생처럼 영원히 아름답다는 뜻이다. 시중에 비슷한 이름의 제품이 나와 있지만, ‘십장생 MB’는 정부 보증 제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십장생 MB’ 라인은 지하 생활과 전자오락으로 생긴 깊은 주름에 먼저 쓰면 딱이다.
제대로 된 홍보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지만, 무리한 홍보는 짜증을 극대화한다. 청와대가 경찰청에 ‘강아무개 연쇄살인 사건을 촛불 확산 저지용으로 이용하라’는 내용의 ‘홍보지침’을 내려보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발칵 뒤집힌 청와대는 거짓 해명과 꼬리 자르기에 바빴다. 청와대가 굳이 ‘홍보지침’에 대해 변명하지 않아도 다들 이해한다. 정부 관계자도 홍보에 지친 것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만한 정책이 없을 때 나타나는 ‘홍보 지침’ 현상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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