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떤 사이일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80년대 초반 소망교회에서 처음 만나 30년째 끈끈한 인연을 유지해왔다. 내가 주목한 것은 소망교회보다 ‘30년째 끈끈한’이란 대목이다. 내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30년을 이어온 관계는 없다. 사람의 인연이란 무릇 안면을 튼 지 3년이 지나면 방귀도 트게 마련이고, 5년이 지나면 서로의 약점을 간파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방귀를 튼다는 것은 곧 나의 고통을 당신 앞에서 숨기지 않는다는 뜻이니, 이 단계에 접어들면 그들은 진정한 친구라 부를 수 있다. 더 나아가 친구의 약점까지 감싸주는 관계는 이미 가족과 다를 바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강 장관은 대통령 들으라는 듯 “원없이 돈 써본 한 해였다”고 말했다. 자기가 벌어 쓴 돈도 아닌데, 이렇게 당당하게 돈지×을 할 수 있는 재무책임자는 왕조시대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 그 어떤 허물도 서로에게 약점이 되지 않는 관계. 이 대통령도 신년 국정연설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위기 때 가족보다 더 강한 버팀목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오른쪽부터). 청와대사진기자단
‘낙동강, 사람으로 치면 암이 온몸에 퍼진 것’. 2009년 새해 첫날 인터넷 의 머리기사였다. 부제는 ‘녹조로 썩은 냄새가 올라와 농업용수로도 못 쓸 지경’이었다. 가 새해 야심차게 기획한 ‘강을 살리자’ 특집이었다. 신문은 “물길 정비에 각종 장비와 인력이 대거 동원되면 지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대학 교수의 발언도 소개했다. 뭐, 여기서 새삼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어떻게든 보조를 맞추고자 하는 의 간절한 ‘바람’을 꼬집으려는 것은 아니다. 기사를 좀더 보자. “금호강과 낙동강이 합쳐지는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부근에선 두 개의 물줄기가 확연히 다른 색을 드러냈다. 250만 대구 시민이 버린 생활하수와 공단 폐수를 받아 시커멓게 변한 금호강 물이 낙동강 본류로 유입되는 현장이다.” 굳이 따지자면 애초부터 발암 물질은 낙동강이 아니라 금호강에 있었던 셈. 4대강 정비사업 ‘바람잡이’로 나선 가 낙동강을 앞세우는 바람에 발암 원인을 순간적으로 착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정부를 구축해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매일매일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 실천하는 데 1분·1초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회만 도와주면’이라는 단서도 잊지 않았다. 새해부터는 나도 이 대통령 입장이 돼보기로 했다. 조용히 대통령 말씀을 따라해본다. 그런데 발음이 자꾸 꼬인다. 임채진 검찰총장의 ‘친북좌파 발본색원’ 발언 때문이다. “비상경제정부를 구축해, 매질하겠다. 앞으로는 매일매일, 매질하겠다. 국회만 도와주면, 매질하겠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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