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온 나라가 월드컵의 도가니에 빠졌던 2002년. SK텔레콤은 ‘컬러링’(Color ring·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컬러링? 다 알다시피, 취향에 따라서 음악이나 재밌는 착신음을 설정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뚜루루 뚜루루’ 교환음보다 한결 부드럽기 마련이다. 곧 KTF와 LG텔레콤도 ‘투링’ ‘필링’이란 이름으로 뒤따라 서비스를 실시했다. ‘016’을 쓰는 나는 매달 900원의 투링 서비스 요금을 낸다. 통화연결음은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제곡이다. 벌써 1년 넘게 같은 곡이다. 변경이 성가시다는 핑계를 대왔지만, 솔직히 어떻게 하는 줄 잘 모르는 탓에 아예 손을 대지 않고 있다.
ㅇ의원도 나와 비슷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어김없이 <독도는 우리땅>을 5~10초 정도 들어야 한다. 촌스러운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왠지 촌스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의원이라고 폼 잡고 다닐 것도 아니지만, 내가 아는 그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통화음은 아니다. 독도를 둘러싸고 한바탕 한-일 외교전을 치르진 서너달이 지난 탓일까. 뻔한 민족주의풍의 노래가 철 지난 유행가처럼 귀를 때린다. 그에게 통화연결음을 바꾸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대로였다. 왜 바꾸지 않았느냐고 재촉하듯 물었더니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줄 알아야 바꾸지”라는 멋쩍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나와 같은 ‘컬러링 백치족’이었다.
또 다른 ㅇ의원은 <독도는 우리땅>에 결코 뒤지지 않는 통화연결음을 쓰고 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장엄한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이 의원의 통화연결음을 들을 때마다 ㅇ의원의 애국심은 어떨까 재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가끔은 차렷 자세로 전화받는 손을 가슴에 올려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충동이 일기도 한다.
사실 컬러링은 말뜻 그대로 취향의 문제다. 통화연결음이 이렇다 저렇다 따지고 드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통화연결음을 타인에 대한 배려로 생각하는 의원들도 있다. 동료 의원이나 기자들과 많은 통화를 하기 마련인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주제곡으로 통화연결음을 바꿀지 고민 중이다. 그는 통상 3개월마다 음악을 바꾼다. 물론, 그가 직접 한다.
299명 의원의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올드 팝송은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관에게서, 유행가요와 민중가요는 열린우리당 의원과 보좌관의 통화연결음에 자주 등장한다. 의원들의 개성이 통화연결음을 통해 표출되고, 그것이 집단적으로 모아져 정당의 특색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름대로 재밌는 결과가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통화연결음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잘 모르거나,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의원들이 훨씬 많다. KTF 고객 1200만명 가운데 3분의 1인 400만명이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이용한다.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사람보다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셈이다.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휴대전화를 비서에게 맡긴 채 직접 들고 다니지 않는 상당수의 의원에게서 통화연결음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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