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생각나는 ‘정화의 장화’… 죄책감 없이 장화 살 방법을 궁리하다 보니…
▣ 심정희 패션 디렉터

그해 여름엔 수박이 지지리도 비쌌던가 보다. 내가 여섯 살이 되던 여름. 그 여름에 대해 떠올리면, 2층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층계참에 앉아 1층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주인집 가족이 수박 먹는 모습을 훔쳐보던 일만 생각난다. 그리고 정화의 장화. 주인집 딸, 정화는 비가 오는 날이면 노란 비옷에 노란 우산, 빨간 장화를 신고 학교에 갔는데 그중에서 빨간 장화는 특히 멋졌다. 앵두처럼 빨갛고 기린 목처럼 길던 그 장화! 난 그 장화가 너무나 갖고 싶어서 징징거려도 보고 굶어보기도 했지만 엄마는 끄떡도 하지 않으셨다. ‘있으면 좋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은 것이 장화’라는 것이 엄마의 논리였다. 하긴, 수박 한 통 변변히 사먹지 못하던 그해 여름, 우리 가족에게 장화는 가당치도 않은 사치품이었을 것이다.
지지난해 여름엔 전세계적으로 장화가 유행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땡땡이’ 무늬 장화를 컬러별로 내놓았고, 케이트 모스를 비롯한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은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장화를 신은 채 공공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해, 마크 제이콥스의 장화는 7만원대였다. 그가 만든 다른 구두들에 비하면 ‘껌값’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선뜻 사지지가 않았다. 가격과 무관하게 그걸 사는 일이 대단한 금기라도 깨뜨리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며칠 전에 누군가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그곳에서는 장화가 필수품이라고 한다. 비 오는 날이면 객석 전체가 ‘뻘’로 돌변하기 때문에 장화 없이는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올여름엔 거기나 가볼까, 생각한다. 그럼 나도 죄책감 없이 장화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쩐지 좀 멍청한 생각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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