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간토대학살이 일어났던 곳 중 하나인 일본 도쿄 아라카와 둔치에서 간토대학살 100주기 추도위령제가 열렸다. 한국의 씨알재단 내 1923한일추모사업단 회원들은 추도위령제를 위해 민속학자 고 심우성 선생의 작품인 <넋전> 6661장을 만들어 도쿄로 보냈다. 넋전은 망자의 넋을 기려 흰 종이를 사람 모양 형태로 자른 것이다. 넋전이 6661장이 된 것은 당시 <독립신문> 등의 사료에 따르면 간토대학살에 희생된 조선인이 최소 6661명이었기 때문이다.
2023년 9월3일 검푸른 새벽이 스며오는 시각, 6661장의 넋전이 도쿄 아라카와 둔치를 장식했다. 한국에서 도쿄로 간 시민들이 일본 시민들과 넋전을 함께 달았다. 넋전 6661장은 위엄 있고 엄숙한 풍경이었다. 넋전을 달고 난 뒤에는 간토대학살 100주기 추도위령제가 열렸다. 추도위령제가 열리는 동안 주변의 넋전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바람을 타고 걸어오는 듯했다.
추도위령제를 마친 다음 날, 6661장의 넋전을 모아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산장에서 화장예식을 거행했다. 화장예식은 장엄했다. 넋전들이 하얀 재가 될 때까지 한장 한장의 넋전을 품에 안고 노래 <봉선화>와 <고향의 봄> 등을 부르면서 간토대학살에 희생된 영령들의 해원과 상생을 빌었다.
간토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일본에서도 많은 행사가 열렸다. 9월2일에는 아라카와 강변에서 일본 단체인 ‘봉선화’가 주관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이 추모제에는 평년과 달리 600명 넘는 시민이 참석했다. 저녁에는 일본 시민사회단체 주관으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진상규명과 사죄 그리고 배상을 요구했다.
도쿄(일본)=글·사진 장영식 다큐멘터리 사진가
*장영식: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85호 크레인 투쟁과 복직의 여정을 함께했다.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이후 탈핵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제목은 ‘봉선화’ 노래 3절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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