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2023년 7월1일 서울 을지로 들머리를 무지개가 뒤덮었다. 꼼짝 않고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즐기러 나선 인파로 을지로 일대가 북적였다. 해마다 서울광장에서 열리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올해는 서울시의 장소 사용 불허로, 을지로1가 교차로~을지로2가 교차로~청계천 베를린광장 구간에서 열렸다.
2000년에 시작해 스물네 번째를 맞는 이번 축제의 구호는 ‘퀴어나라 피어나라’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우리는 성소수자가 사람답게, 인간답게, 내가 나인 채로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기 때문에 올해 슬로건을 ‘퀴어나라 피어나라’라고 지었습니다”라고 밝혔다. 행사장에는 성소수자 단체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와 미국·독일·오스트레일리아·영국 등 여러 나라 대사관도 부스를 설치하고 축하 기념품을 나눠줬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은 참가자 팔에 오색실을 묶어줬다. 가톨릭 수녀님은 참가자에게 무지개 스티커를 붙여줬고, 성공회 신부님은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참가자를 위한 축복기도를 했다.
각 나라의 참가 단체와 개인들에 대한 환영행사가 끝난 뒤 행진이 시작됐다. 대형 무지개깃발을 앞세우고 모터바이크를 탄 ‘레인보우 라이더스’가 행렬을 이끌었다. 뒤이어 ‘퀴어한 몸들의 수상한 행진’이란 주제 등으로 꾸민 차량 여섯 대가 행렬 사이사이에 자리잡았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차량을 따라가며 춤추고 환호했다. 이렇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서로 다른 이들의 ‘공존 가능성’을 높이려 외쳤다.
행진 도중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이들이 막아서기도 했다. 이들이 내뱉는 혐오 발언에, 참가자들은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라고 답했다. 2015년부터 축제를 열었던 서울광장에서 밀려나 치른 2023 서울퀴어문화축제는, 큰 충돌 없이 청계천 베를린광장에 이르러 축하행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다음해를 기약하며 축제의 막을 내렸다.
사진·글 박승화 선임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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