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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총 맞아 죽다

등록 2023-03-31 22:51 수정 2023-04-04 13:35
EPA 저스틴 렌프로

EPA 저스틴 렌프로

돌격소총 2정과 권총 1정으로 무장한 졸업생이 학교에 침입한 뒤 총기를 난사해 3명의 학생과 3명의 교직원이 숨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커버넌트초등학교에서, 2023년 3월29일(현지시각) 한 추모객이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다. 맨 오른쪽 사진의 주인공은 이 학교 교장 캐서린 쿤스(60)다. 유치부부터 초등학교까지 209명의 학생 이름을 모두 외워 부르며 힘을 실어주는 선생님이었다. 오른쪽 둘째는 야구를 즐겼던 윌리엄 키니다. 그가 뛰었던 크리브홀 야구공원에는 그의 유니폼과 빨간 추모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윌리엄의 왼쪽은 9살 동갑내기 에벌린 디크하우스다. 현장 목격자는 에벌린이 동급생들을 구하려고 화재경보기를 누르려다 총을 맞았다고 증언했다. 맨 왼쪽은 학교 관리인 마이크 힐(61)이다. 가족과 함께 요리하는 것을 즐긴 여덟 자녀의 아빠였다.

3월27일 오전 10시10분께 학교 유리문을 총격으로 부수고 들어와 닥치는 대로 총질한 오드리 헤일(28)은 10시27분 출동한 경찰에 사살됐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을 통해 “돌격소총 등 공격무기 금지 법안을 공화당이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손에 총 든 사람들이 어떤 탄창을 들고 있건 상관하지 않는다. 규제의 목표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과 범죄자가 총을 갖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사건은 2023년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129번째 총기 난사(범인을 빼고 4명 이상이 희생된 총기 사고) 사건이다. ‘의회 민주주의’란 이름의 정치는 교실에 앉아서도 어느 날 돌연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아이들을 언제까지 말로만 지킬 것인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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