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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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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갈대숲의 검은머리 삼총사

등록 2022-12-14 21:51 수정 2022-12-16 10:48
2015년 러시아 알타이공화국에서 만난 북방검은머리쑥새 수컷. 마치 두건을 쓴 듯한 화려한 번식깃을 하고 어린 새에게 줄 먹이를 한가득 물고 있다.

2015년 러시아 알타이공화국에서 만난 북방검은머리쑥새 수컷. 마치 두건을 쓴 듯한 화려한 번식깃을 하고 어린 새에게 줄 먹이를 한가득 물고 있다.

겨울 갈대숲이 ‘검은머리쑥새류 삼총사’의 날갯짓으로 분주하다. “개, 개, 개, 삐, 삐, 삐” 하며 여름내 요란하던 터줏대감 개개비와 개개비사촌이 떠난 갈대숲 새 주인이다.

검은머리쑥새, 북방검은머리쑥새 무리에 섞여 쇠검은머리쑥새까지 북쪽의 추위를 피해 날아왔다. 화려한 여름깃이 사라지고 행색이 수수한 건 빛바랜 갈대에 적응하기 위해서일까? 대부분 멧새과 새 암컷처럼 수컷도 흔한 갈색 몸에 검은 줄무늬 차림의 겨울깃이다. 우리나라에서만 20여 종 관찰할 수 있는 멧새과 새는 딱 참새만 한 덩치다. 두툼한 원추 모양 부리로 갈대 씨앗을 먹거나 줄기에 붙은 작은 곤충을 잡는다. 평소 천적을 피해 빽빽하게 자란 갈대 사이를 빠르게 날거나 숨어 있다가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끝에 매달려 씨앗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차가운 바람에 사각사각하는 갈대밭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쯔요-우” 하고 특유의 길게 끄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검은머리쑥새다. 전체적으로 크고 두툼한 부리는 윗부리가 봉긋한 곡선을 이룬다. 여름철에는 ‘검은머리-’라는 이름처럼 머리와 멱에 검은 번식깃을 두건처럼 쓰고 지내던 멋쟁이였다.

북방검은머리쑥새가 경기도 파주 공릉천 하구 갈대 사이를 날고 있다. 겨울에 새소리가 나는 갈대밭에서 가만히 기다리면 숲에 숨어 있던 멧새과 새들이 포르르 하고 이삭이 팬 갈대 끝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북방검은머리쑥새가 경기도 파주 공릉천 하구 갈대 사이를 날고 있다. 겨울에 새소리가 나는 갈대밭에서 가만히 기다리면 숲에 숨어 있던 멧새과 새들이 포르르 하고 이삭이 팬 갈대 끝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북방검은머리쑥새는 소리부터 좀 다르다. “습-피잇~ 피잇~ 피잇” 하는 소리를 끊지 않고 잇달아 낸다. 몸집이 좀 작고 부리가 직선형이다. 또 좀 어두운 빛의 윗부리와 살구색 아랫부리가 선명하게 구별된다. 두 색조가 멋스럽게 어울린다. 이름 앞에 붙은 ‘북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다른 개체보다 더 북쪽에서 서식하다 날아온 손님이다.

“삐쯧, 삐쯧” 하고 우는 쇠검은머리쑥새는 다른 손님보다 조심성이 많다. 갈대 위로 쉽게 몸을 노출하지 않으려 한다. 이름 앞에 붙은 ‘쇠-’는 역시 몸집이 좀 작다는 뜻이다. 머리 위 검은 선이 있고 부리 윗부분까지 아랫부리처럼 부분적으로 연한 색을 띤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같은 멧새과 새인 붉은뺨멧새와 촉새, 검은 안대를 한 ‘귀요미’ 스윈호오목눈이도 갈대밭에서 볼 수 있는 겨울 진객이다.

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진버드: 매력적인 새를 사진으로 오랫동안 담아온 김진수 선임기자가 다양한 새의 모습과 그 새들이 처한 환경의 소중함을 사진과 글로 전합니다. ‘진버드’는 김진수와 새(bird), 진짜 새를 뜻합니다.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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