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다손매가 방금 사냥한 꺅도요를 뜯어 먹고 있다. 몽골의 나라 새로 알려진 헨다손매는 희귀한 겨울철새 또는 나그네새로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볼 수 있다.
발아래 사냥감을 움켜쥔 새가 힐끔 고개를 들었다. 다가오는 차량을 경계하나 싶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 다시 먹이 손질에 바쁘다. 오랫동안 굶주렸을까? 새는 먹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가는 비가 흩뿌린다. 마음이 급한 새가 먹이에 더 집착하는 것 같다. 부리로 먹이를 집어 허둥지둥 위치까지 옮겨가며 먹기에 바쁘다. 잠시 고개를 들 때 눈에 띈 비교적 희게 보이는 머리와 뺨의 가는 구레나룻, 배와 옆구리에 흩어져 있는 갈색 줄무늬로 판단하면 헨다손매가 틀림없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길들여 사냥에 즐겨 쓰던 새로, 먹이 사냥에 나설 땐 시속 300㎞가 넘을 만큼 날쌔다.
방금 사냥에 성공한 맹금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경계심이 강하고 눈이 밝은 맹금류는 사람 같은 천적을 곁에 두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새를 발견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때마다 뛰어난 시력을 가진 새가 먼저 눈치채고 달아나기 일쑤다. 하지만 방금 사냥에 성공해 허기를 채우려는 새는 훨씬 덜 예민하기 마련이다.
맹금을 만난 곳은 서로 숨을 만한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든 몽골의 초원이었다. 사진을 위해서 ‘굶주린 포식자’의 식사를 방해해서도 안 되지만, 이렇게 멀리서 찍을 수는 없었다. 사냥감을 노리는 맹금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움직이다가 혹시 새가 고개를 들기라도 하면 바로 멈춰서 기다리기를 여러 차례. 갈지자를 그리며 조금씩 다가서서 기회를 노렸다.
승합차 뒷문을 열고 차량을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었다. 비포장길이 대부분인 몽골의 도로 사정상 차량 뒷좌석 창문이 열리지 않게 고정해놓는데, 우리가 빌린 차의 뒷문은 밖에서만 열 수 있었다 . 한낮의 지열이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는데 차가 내뿜는 열까지 합쳐져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삼각대 없이 손으로 받치고 찍으려니 카메라가 끊임없이 흔들렸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식사를 방해하지 않고 새를 촬영할 수 있었다. 뷰파인더 너머로 헨다손매의 위용을 확인하며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지르듯 셔터를 눌렀다. 검독수리나 초원수리 같은 맹금과 초원길에서 마주치긴 했지만, 포식 중인 헨다손매는 예상치 못한 손님이었다. 예상 시나리오에 없던 등장인물 때문에 더 흥미진진해지는 것 또한 탐조의 즐거움 아니던가?
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새는 허기를 면했을까? 다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배가 땅에 닿을 만큼 몸을 잔뜩 낮추던 새가 땅을 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 발로 남은 먹이를 움켜쥔 채.

식사를 마친 헨다손매가 남은 먹이를 움켜쥔 채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 · 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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