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탄현역으로 가는 출근길, 하늘에서 기러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숲 위로 나는 가을 손님의 기척이 반갑기만 하다. 찬 서리 맞으며 고단한 날개로 이제 막 월동지에 도착하는 무리일까? 장항습지(경기도 고양)와 산남습지(경기도 파주)가 탄현역과 멀지 않다. 기러기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기러기다. 얼음이 녹을 때 북으로 갔던 기러기는 잎이 지면 다시 날아온다. 2022년 가을에도 어김없이 날아오는 중이다.
9월30일 둘러본 충남 서산 천수만 들녘에도 쇠기러기·큰기러기 무리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었다. 아직 철새도래지 안에 수확을 마친 농경지가 적어 새들이 먹을 나락이 충분치 않다. 기러기류는 천수만에서만 한겨울에 20만 마리가 넘는 대규모 무리를 이룬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점점 기러기 개체수는 느는데, 그 속도는 논의 벼가 베어지는 속도에 비례한다. 먹이를 찾을 수 있는 논 면적을 측정하면서 날아드는 걸까?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기러기류는 대부분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다. 이들 무리에 드물게 흰이마기러기, 흰기러기, 캐나다기러기, 회색기러기, 줄기러기가 한두 마리 섞여 날아온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옛 시인은 기러기를 보고 이별을 노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러기 울음소리를 듣는 탐조객들은 겨울 탐조를 준비한다. 이제 이 무리와 함께 말똥가리, 흰꼬리수리나 독수리 같은 맹금류가 남하하고 겨울 진객 두루미와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도 이 땅을 찾는다. 다시 아침 출근길, 기러기 울음에 귀를 기울인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매력적인 새를 사진으로 오랫동안 담아온 김진수 선임기자가 다양한 새의 모습과 그 새들이 처한 환경의 소중함을 사진과 글로 전합니다. ‘진버드’는 김진수와 새(bird), 진짜 새를 뜻합니다. 4주마다 연재.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박종준 전 경호처장 긴급체포 없이 귀가…경찰, 구속영장 검토
“김건희가 박찬욱에게, 날 주인공으로 영화 한편 어때요 했다더라”
중립인 척 최상목의 ‘여야 합의’…“특검도 수사도 하지 말잔 소리”
경호처 2·3인자가 김건희 라인…‘윤석열 요새’는 건재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권성동, 비상계엄 한달 지나서야 “느닷없는 사건, 혼란 드려 죄송”
최상목의 윤석열 체포 ‘지연 작전’…‘특검 합의’ 내세워 국힘 편들기
“빨갱이 댓글 밀어내자”…윤석열 지지 2만명, 좌표 찍고 ‘여론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