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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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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을인가

등록 2022-10-11 16:54 수정 2022-10-12 09:13
❶ 충남 서산 천수만 간월호 하늘로 기러기떼가 날아들고 있다. 울음소리를 주고받으며 일정한 대형을 지어 날아온 새들은 간월호 모래섬에 여정을 푼다.

❶ 충남 서산 천수만 간월호 하늘로 기러기떼가 날아들고 있다. 울음소리를 주고받으며 일정한 대형을 지어 날아온 새들은 간월호 모래섬에 여정을 푼다.

경기도 고양 탄현역으로 가는 출근길, 하늘에서 기러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숲 위로 나는 가을 손님의 기척이 반갑기만 하다. 찬 서리 맞으며 고단한 날개로 이제 막 월동지에 도착하는 무리일까? 장항습지(경기도 고양)와 산남습지(경기도 파주)가 탄현역과 멀지 않다. 기러기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기러기다. 얼음이 녹을 때 북으로 갔던 기러기는 잎이 지면 다시 날아온다. 2022년 가을에도 어김없이 날아오는 중이다.

9월30일 둘러본 충남 서산 천수만 들녘에도 쇠기러기·큰기러기 무리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었다. 아직 철새도래지 안에 수확을 마친 농경지가 적어 새들이 먹을 나락이 충분치 않다. 기러기류는 천수만에서만 한겨울에 20만 마리가 넘는 대규모 무리를 이룬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점점 기러기 개체수는 느는데, 그 속도는 논의 벼가 베어지는 속도에 비례한다. 먹이를 찾을 수 있는 논 면적을 측정하면서 날아드는 걸까?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기러기류는 대부분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다. 이들 무리에 드물게 흰이마기러기, 흰기러기, 캐나다기러기, 회색기러기, 줄기러기가 한두 마리 섞여 날아온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옛 시인은 기러기를 보고 이별을 노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러기 울음소리를 듣는 탐조객들은 겨울 탐조를 준비한다. 이제 이 무리와 함께 말똥가리, 흰꼬리수리나 독수리 같은 맹금류가 남하하고 겨울 진객 두루미와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도 이 땅을 찾는다. 다시 아침 출근길, 기러기 울음에 귀를 기울인다.

❷ 경기도 김포 들녘에 모인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무리. 흰색 이마를 가진 쇠기러기 배에는 가로줄무늬가 있고, 검은 부리 끝에 주황색 띠를 가진 큰기러기 회갈색 배에는 줄무늬가 없다. 목에 ‘61’이란 숫자가 적힌 노란 표지띠를 두른 개체는 쇠기러기다.

❷ 경기도 김포 들녘에 모인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무리. 흰색 이마를 가진 쇠기러기 배에는 가로줄무늬가 있고, 검은 부리 끝에 주황색 띠를 가진 큰기러기 회갈색 배에는 줄무늬가 없다. 목에 ‘61’이란 숫자가 적힌 노란 표지띠를 두른 개체는 쇠기러기다.


❸ 벼베기가 끝난 천수만 논에서 먹이를 먹던 쇠기러기와 큰기러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❸ 벼베기가 끝난 천수만 논에서 먹이를 먹던 쇠기러기와 큰기러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❹ 쇠기러기가 무리를 지어 잠자리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북쪽 추위를 피해 왔지만, 월동지인 강원도 철원에 밤새 눈이 많이 내렸다.

❹ 쇠기러기가 무리를 지어 잠자리에서 날아오르고 있다. 북쪽 추위를 피해 왔지만, 월동지인 강원도 철원에 밤새 눈이 많이 내렸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매력적인 새를 사진으로 오랫동안 담아온 김진수 선임기자가 다양한 새의 모습과 그 새들이 처한 환경의 소중함을 사진과 글로 전합니다. ‘진버드’는 김진수와 새(bird), 진짜 새를 뜻합니다.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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