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모델 아니에요. 나이 들어 변해가는 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려는 것뿐이죠.”
식당을 운영하는 김혜연(59)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전화를 들어 자기 모습을 찍는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에서 여섯 개의 탁자가 놓인 아담한 식당을 운영하는 김씨가 셀피(Selfie·자신의 사진을 스스로 찍는 일 또는 그렇게 찍은 사진)를 찍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시간 날 때마다 머리 위로 휴대전화를 들어 웃음기 가신 자신만의 표정을 지어 보인다. 찍은 사진은 매번 화면을 열어 꼼꼼히 들여다본다.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눈을 감은 컷, 흔들린 사진들은 지워버리고 하루 최소 2~3장씩 저장한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뒤 여섯 번째로 바꾼 지금의 전화기에 이전 사진까지 모두 옮겨 보관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삼척 시내 사진관에 들러 마음에 드는 컷을 사진으로 뽑아 보고 있다. 크게 출력한 사진을 보면 얼굴에 드러나는 미세한 감정 변화부터 잔주름까지 더 꼼꼼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뽑은 사진은 동네 문구점에서 비닐 코팅을 한 뒤 일부를 골라 자신이 늘 볼 수 있는 식당과 방에 붙여놓았다. 집 안에서 옛 사진과 눈이 마주치면 “아! 예전 얼굴은 이렇게 근사하고 예뻐 보였는데, 점점 주름이 늘면서 나이 들어 보이네” 하며 더 젊게 살려 노력한다.
손님들은 식당 곳곳에 붙은 사진을 보고 “사장님 모델이셨어요?” 하고 묻기도 한다. 10년 넘게 찍어온 얼굴 사진에 세월의 흔적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데는 김씨만의 비법이 숨어 있다.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식당에 나와 육수를 끓이며 하루를 시작하는 김씨는, 아침장사 준비를 마치자마자 단골 목욕탕을 찾는다. 냉탕에서 30여 분 동안 찬물 마사지와 온몸 스트레칭을 빠뜨리지 않는다. 얼굴에 주름이 생길까 절대 모로 눕지 않고 항상 반듯이 누워 잔다. 10여 년 동안 매 순간 셀피를 찍고 이를 인화해 벽에 붙이는 성실함도 젊음을 지키는 또 하나의 비결일까.
삼척=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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