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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마을 운동회

교사와 학부모가 마을교육공동체 꾸린 충남 서천 한산초등학교2주간 ‘교과서 없는 학교’ 운영하며 3년 만의 운동회 열려
등록 2022-05-09 05:08 수정 2022-05-10 01:47
어린이날을 앞둔 2022년 5월4일 충남 서천군 한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모처럼 열린 운동회에서 ‘큰공 배구’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3년 만에 운동회를 열었다.

어린이날을 앞둔 2022년 5월4일 충남 서천군 한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모처럼 열린 운동회에서 ‘큰공 배구’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3년 만에 운동회를 열었다.

한산모시와 소곡주로 널리 알려진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한산초등학교가 2022년 5월4일 100번째 어린이날을 앞두고 ‘교육공동체 어울한마당’을 열었다. 한마디로 마을잔치다.

한산초는 몇 년 전까지 학생 수가 계속 줄었다.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꾸리기 시작했다. 학교협동조합을 만들고 학부모가 돌봄에 참여하는 ‘충남형온종일돌봄센터’도 문을 열었다. 그 뒤 간간이 전학 문의가 오고, 실제 전학을 온 가정도 있다. 4년 전 가족과 함께 이 마을로 이주해 올해 이 학교에 부임한 4학년 담임 오주영(40) 교사는 말한다.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이 여러 가지 교육적 필요도 있겠지만, 우리에겐 지키고 싶은 삶 그 자체입니다. 아이들에게 문 닫은 학교를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하며 애쓰고 있어요.”

한산초는 4월 마지막 주부터 ‘행복교육 친구사랑 프로젝트’를 2주간 진행했다. 이 기간에 ‘교과서 없는 학교’를 운영했다. 텃밭 가꾸기를 포함해 영화 관람, 독립기념관 방문, 도전 골든벨, 감사편지 쓰기, 전통놀이·장애스포츠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5월4일 파란 하늘 아래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에서 전교생 42명과 학부모,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운동회가 열렸다.

오전 운동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모두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평소 먹는 급식을 공개하고 평가받는 자리다. 오후에는 학생 달리기, 학부모 달리기에 이어 운동회의 꽃인 이어달리기가 펼쳐졌다. 김예인(5학년)·예하(2학년) 두 학생의 엄마 이채윤씨는 “마음껏 웃고 뛰놀기 어려웠던 우리 모두에게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학부모들이 더 즐겁고 행복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년 구분 없이 4개조로 나눠 같은 색 티셔츠를 입고 2주를 보낸 학생들은 선후배 사이가 부쩍 친밀해진 모습이다. 6학년 이훈 학생은 “동생들 데리고 다니기 힘들었지만, 지난해 졸업한 선배들이 우리에게 해준 걸 생각하며 열심히 참여했어요. 내년엔 동생들이 또 이 모둠을 잘 이끌어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송근상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기고 있다.

어린이들이 송근상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기고 있다.


유치부 어린이들이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이 펼친 천 위를 통과하고 있다.

유치부 어린이들이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이 펼친 천 위를 통과하고 있다.


운동회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식판에 음식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점심 식사 뒤 급식을 평가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운동회에 참가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식판에 음식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점심 식사 뒤 급식을 평가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장애물달리기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불편한 학생은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알렸지만, 아이들은 익숙한 듯 마스크를 쓴 채 달렸다.

장애물달리기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불편한 학생은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알렸지만, 아이들은 익숙한 듯 마스크를 쓴 채 달렸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 한복판에 자리한 한산초등학교 전경. 마을잔치 같은 운동회가 펼쳐지고 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 한복판에 자리한 한산초등학교 전경. 마을잔치 같은 운동회가 펼쳐지고 있다.


서천=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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