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모시와 소곡주로 널리 알려진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한산초등학교가 2022년 5월4일 100번째 어린이날을 앞두고 ‘교육공동체 어울한마당’을 열었다. 한마디로 마을잔치다.
한산초는 몇 년 전까지 학생 수가 계속 줄었다.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꾸리기 시작했다. 학교협동조합을 만들고 학부모가 돌봄에 참여하는 ‘충남형온종일돌봄센터’도 문을 열었다. 그 뒤 간간이 전학 문의가 오고, 실제 전학을 온 가정도 있다. 4년 전 가족과 함께 이 마을로 이주해 올해 이 학교에 부임한 4학년 담임 오주영(40) 교사는 말한다.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이 여러 가지 교육적 필요도 있겠지만, 우리에겐 지키고 싶은 삶 그 자체입니다. 아이들에게 문 닫은 학교를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늘 고민하며 애쓰고 있어요.”
한산초는 4월 마지막 주부터 ‘행복교육 친구사랑 프로젝트’를 2주간 진행했다. 이 기간에 ‘교과서 없는 학교’를 운영했다. 텃밭 가꾸기를 포함해 영화 관람, 독립기념관 방문, 도전 골든벨, 감사편지 쓰기, 전통놀이·장애스포츠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5월4일 파란 하늘 아래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에서 전교생 42명과 학부모,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운동회가 열렸다.
오전 운동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모두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평소 먹는 급식을 공개하고 평가받는 자리다. 오후에는 학생 달리기, 학부모 달리기에 이어 운동회의 꽃인 이어달리기가 펼쳐졌다. 김예인(5학년)·예하(2학년) 두 학생의 엄마 이채윤씨는 “마음껏 웃고 뛰놀기 어려웠던 우리 모두에게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학부모들이 더 즐겁고 행복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년 구분 없이 4개조로 나눠 같은 색 티셔츠를 입고 2주를 보낸 학생들은 선후배 사이가 부쩍 친밀해진 모습이다. 6학년 이훈 학생은 “동생들 데리고 다니기 힘들었지만, 지난해 졸업한 선배들이 우리에게 해준 걸 생각하며 열심히 참여했어요. 내년엔 동생들이 또 이 모둠을 잘 이끌어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서천=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계엄의 밤, 사라진 이장우 대전시장의 11시간…“집사람과 밤새워”
[단독] 윤석열, 4·10 총선 전 국방장관·국정원장에 “조만간 계엄”
[단독] 노상원 ‘사조직’이 정보사 장악…부대 책임자 출입도 막아
“안귀령의 강철 같은 빛”…BBC가 꼽은 ‘올해의 이 순간’
[단독] 비상계엄 전날, 군 정보 분야 현역·OB 장성 만찬…문상호도 참석
‘28시간 경찰 차벽’ 뚫은 트랙터 시위, 시민 1만명 마중 나왔다
롯데리아 내란 모의…세계가 알게 됐다
공조본, 윤석열 개인폰 통화내역 확보…‘내란의 밤’ 선명해지나
28시간 만에 시민들이 뚫었다...트랙터 시위대, 한남동 관저로 [영상]
‘내란의 밤’ 4시간 전…그들은 휴가까지 내서 판교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