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쯧, 삐쯧’ 쇠검은머리쑥새 움직임이 활발한 이른 아침, 갈대 사이에 숨어 있던 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2021년 12월9일 경기도 화성 화옹호 간척지에서 겨울을 나는 멧새과 새 중 쇠검은머리쑥새, 검은머리쑥새, 북방검은머리쑥새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삭이 활짝 팬 갈대에서 씨앗을 빼 먹고 있었는지, 다들 원추형 부리에 풀 부스러기가 잔뜩 묻었다.
화려한 여름깃 대신 겨울깃을 한 새들은 서로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깃 색깔과 형태가 비슷비슷하다. 쌍안경으로 부리 부분을 자세히 보니 위로 봉긋한 크고 두툼한 부리를 가진 새가 검은머리쑥새다. 작고 뾰족한 북방검은머리쑥새 부리는 어두운색의 위와 밝은색의 아래 구분이 뚜렷하다. 머리에 검은 선을 가진 쇠검은머리쑥새의 윗부리는 아랫부리처럼 밝은색을 띤다. 이 새는 세계자연보존연맹 적색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다.
덩치가 작은 새들은 갈대 줄기 뒤에 숨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호시탐탐 노리는 맹금이 두렵기 때문이다. ‘갈대밭의 순찰자’라는 별명답게 잿빛개구리매는 겨우내 습지의 갈대밭과 넓은 농경지를 낮게 날아다니며 소형 조류와 쥐를 사냥한다. 날개를 V자형으로 올리고 땅 위를 낮게 날며 먹이를 찾는다. 경기도 파주 공릉천 주변에는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검은어깨매(길 잃은 새)도 종종 등장한다. 정지비행에 능하고 공중에서 지면으로 뛰어들어 먹이를 낚아채는 데 선수다.
2021년 12월23일 찾은 인천 강화군 교동도 들녘에서는 긴꼬리홍양진이가 앙증맞게 등장했다. 여러 해를 묵어 갈대만 무성한 논 옆 수로에서 자라는 버드나무 가지에는 밤새 사냥을 마친 칡부엉이도 쉬고 있다. 주변 나뭇가지와 비슷한 보호색을 하고 있다. 아주 가까이서 마주쳤지만 가만히 앉아 빤히 쳐다본다. 눈에 잘 띄지 않아 모르고 지나치지만, 모두 우리 들녘에서 겨울을 나는 ‘귀한 손님’들이다.
화성·파주·강화=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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