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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공작소로 다시 태어난 빈 교실

광주 마지초의 상징 공방,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공구 들고 학교 고치며 창의성 키워
등록 2019-10-08 13:10 수정 2020-05-03 07:17
9월24일 광주 광산구 마지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실과 수업 시간에 학교 안 ‘엉뚱공작소’에서 모니터 받침대를 만들고 있다. 학생들 뒤에서 김황 선생님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9월24일 광주 광산구 마지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실과 수업 시간에 학교 안 ‘엉뚱공작소’에서 모니터 받침대를 만들고 있다. 학생들 뒤에서 김황 선생님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학생과 선생님이 힘을 합쳐 학교를 새로운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광주 광산구 목련로 마지초등학교를 찾았다. 그 겉모습은 평범하다 못해 제법 낡아 있었다. 다소 실망한 마음을 누르고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한 계단씩 올라가자 낯선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2층 한가운데 ‘도란도란 쉼터’에선 아이들이 앉아 쉬거나 엎드려 책을 보고 있었다. 그 옆 복도에선 학생들이 직접 만든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고 있었다.

마지초등학교 선생님들은 ‘하지 말라’는 제약을 줄이고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을 공간 혁신의 첫걸음으로 삼았다. 복도에서 뛸 수 있게 했고, 유리창에 낙서를 허용했다. 학생들은 직접 학교의 이곳저곳을 뜯어고치면서 손으로 만드는 재미에 눈떴다. 공구와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 학교의 상징인 ‘엉뚱공작소’가 만들어진 이유다. 엉뚱공작소에는 목공용 작업대와 전동드릴·톱 같은 공구, 3차원(3D) 프린터 같은 첨단 장비까지 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엉뚱공작소에 들러, 저마다 필요한 걸 만든다. 머리띠나 냄비받침처럼 실생활에 유용한 도구를 주로 만든다.

공간도 바뀌었다. 창고 같았던 빈 교실은 포근한 보금자리이자 창작물을 탄생시킬 공방으로 다시 태어났다. 유혜경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 스스로 공간을 바꿔본 경험은, 자존감을 높이고 성공을 체험하게 한 좋은 시도였다”고 뿌듯해했다. “우리 학교의 여러 ‘엉뚱아지트’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 사막 같은 학교에 나무를 심고 그 나무 그늘 아래서 친구들과 지내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6학년 4반 김윤민 학생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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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나무로 만든 전기자동차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학생들이 나무로 만든 전기자동차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모니터 받침대를 들어 보이며 웃는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모니터 받침대를 들어 보이며 웃는다.

‘푸른솔꿈 나눔터’에서 한 학생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친구들이 보고 있다.

‘푸른솔꿈 나눔터’에서 한 학생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친구들이 보고 있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도란도란 쉼터’에서 놀고 있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도란도란 쉼터’에서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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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복도에 설치된 탁구대에서 학생들이 탁구를 치고 있다.

쉬는 시간, 복도에 설치된 탁구대에서 학생들이 탁구를 치고 있다.

광주=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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